
9월 4일에 방송되는 EBS1 ‘취미는 과학’ 98화에서는 ‘광학, 빛을 왜 분석하나?’를 주제로 평범한 색에서 출발해 초고속 분광학과 차세대 반도체 연구까지 이어지는 빛의 과학이 공개된다.
색에 숨은 빛의 정보


“사과는 왜 빨갛고 하늘은 왜 파랗게 보일까?” 익숙한 색은 물체와 빛이 만난 결과다. 사과는 들어온 가시광선 가운데 붉은 계열의 빛을 상대적으로 많이 반사해 빨갛게 보이고, 하늘은 대기를 지나는 햇빛 가운데 파장이 짧은 파란빛이 더 강하게 산란하면서 푸르게 보인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은 물질에 관한 정보의 일부에 불과하다. 물질이 어떤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거나 방출하는지 나눠 살펴보면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성분과 상태까지 추적할 수 있다. 이광진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분석하는 분광학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스펙트럼이 된 물질의 지문


빛을 파장별로 펼쳐놓은 스펙트럼은 물질마다 다른 특징을 보인다. 분광기는 들어온 빛을 여러 파장으로 나누고 각 영역의 세기를 기록해 물질이 남긴 고유한 패턴을 읽는다. 사진 한 장으로는 알기 어려운 정보를 빛의 분포에서 찾아내는 셈이다.
분광학이 지금의 분석 기술로 자리 잡기까지는 빛의 본질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뉴턴과 데카르트의 해석을 비롯해 스펙트럼의 발견, 분광기의 발명으로 이어진 과학자들의 시행착오를 따라가며 빛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분광기는 원소를 찾는 도구로도 과학의 영역을 넓혔다. 분젠과 키르히호프는 원소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 선을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했고, 이후 분광학은 지상 물질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천체의 구성과 온도, 움직임을 읽는 방법으로까지 확장됐다.
1,000조분의 1초 ‘초고속 분광학’


문제는 화학 반응이 사람이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원자의 배열과 결합이 바뀌는 순간을 살피려면 단순히 무엇이 생겼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시간 자체를 잘게 나눠 측정해야 한다.
초고속 분광학은 1,000조분의 1초인 펨토초 단위의 짧은 빛을 이용해 이런 변화를 추적한다. 말이 달리는 모습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뒤 느린 화면으로 보듯, 매우 짧은 간격으로 물질에 빛을 쏘고 반응을 읽어 원자와 전자가 움직이는 과정을 시간 순서로 재구성한다.
이 방식은 화학 반응의 시작과 중간 과정을 들여다보는 ‘가장 빠른 카메라’에 비유된다. 반응이 끝난 뒤 결과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결합이 만들어지고 끊어지는 찰나를 따라갈 수 있어 물질이 에너지를 받고 잃는 경로까지 분석할 수 있다.
광자 반도체의 미래


초고속 분광학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를 연구하는 데도 쓰인다. 이광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빛을 받은 뒤 생성된 에너지가 서로 다른 상태로 바뀌는 초고속 과정을 추적하고, 소재와 제조 조건에 따라 에너지가 손실되는 차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흡수하고 전하로 바꾸는 특성 때문에 태양전지와 광전자 소재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에 에너지가 어디로 이동하고 얼마나 사라지는지를 알 수 있다면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찾고 더 나은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방송은 이 연구를 차세대 ‘광자 반도체’의 가능성으로 연결한다. 전자의 움직임뿐 아니라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읽고 제어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반도체와 에너지 소자를 만드는 길도 넓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이동을 측정하는 분광학은 더 효율적인 소재를 설계하기 위한 지도 역할을 한다. 1,000조분의 1초를 읽는 기술은 광자 반도체의 성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까?
초고속 분광학이 페로브스카이트와 광자 반도체 연구에 쓰이는 과정은 9월 4일 금요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되는 EBS1 ‘취미는 과학’ 98화에서 공개된다.
사진 : E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