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가지찜 임연수 새치만두 바지락머윗대볶음 고사리육개장 숭어찜 순두부 코다리조림 돼지고기수육|73년을 기다린, 따뜻한 밥 한 그릇|한국인의 밥상 659회 6월 6일 방송

6월 4, 2024 - 16:45
홍합가지찜 임연수 새치만두 바지락머윗대볶음 고사리육개장 숭어찜 순두부 코다리조림 돼지고기수육|73년을 기다린, 따뜻한 밥 한 그릇|한국인의 밥상 659회 6월 6일 방송
ⓒKBS 한국인의 밥상

전쟁의 참상은 소중한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 놓았다.

쫓기듯 떠나온 고향, 잃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사라진 내 오라버니...

6·25 전쟁 이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올해로 71주년.

이제 전쟁의 비극을 실제로 겪은 1세대는 찾기 힘들다.

전쟁의 기억도, 상처도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을 겪어야 했던 가족의 이야기도 이제는 과거의 기록으로 존재하는 역사가 되고 있다.

6·25 전쟁 후 73년,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린 이들이 그토록 나누고 싶었던 밥상, 그리고 그날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정성껏 지어낸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그리운 고향이여, 돌아오라 –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속초의 바다를 그대로 담은 속초관광수산시장.

6·25 전쟁으로 인해 청호동에 임시로 정착했던 피난민들에게 황금과도 같은 생선이 있다는데. 함경도 고향 바다에서도 잡혔다던 임연수어다.

새치라고도 불리는 임연수어는 먹을 것이 더없이 귀했던 그 시절, 김용제(83세) 씨와 심삼옥(58세) 씨에게도 특별한 생선이란다.

당신의 고깃배를 타고 피난 온 삼옥 씨의 아버지가 뱃일을 마치고 잡아 온 새치(임연수어)는 자녀들의 학비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이었다.

어머니는 행상으로 생선을 내다 팔며 고단하게 자식들을 키웠다.

부모 세대부터 아바이마을에서 함께 살아온 이들에게 북녘의 고향은 늘 그리운 곳이었다.

용제 씨와 같은 고향에서 자랐다는 김상호(85세) 씨의 기억에는 피난 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제는 함께 고향을 그리던 이들도 얼마 남지 않은 현실. 용제 씨와 삼옥 씨의 손길이 고향의 맛이 사라지지 않도록 밥상 가득 기억을 담아낸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지겨울 정도로 끼니 때마다 먹었다는 떡 장물부터 백년손님을 위한 비장의 요리였다는 홍합가지찜, 새치(임연수어)를 다져 넣은 새치만두까지...

지워져 가는 기억의 증인이 되고파 아버지가 즐기시던 음식과 어머니의 손맛을 기록하는 밥상에선 고향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는 용제 씨.

‘돈돌라리-’ 가까이 있으나 멀기만 한 고향,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여, ‘어서 돌아오라’는 바람이 가득 담긴 노래는 그리운 시간을 불러낸다.

고향의 맛을 입안 가득 담아보며 북녘 고향을 떠올린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73년 만에 돌아온 오라버니 –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6·25 전쟁 국군 전사자는 약 16만 명으로, 이중 미수습 전사자는 13만 3천여 명에 이른다.

2000년부터 시작된 6·25 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로 1만 1천여 명의 전사자를 찾을 수 있었고,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12만 2천여 명을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유해를 발굴한 전사자 중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인원은 230여 명에 불과하다는데...

류영순(85세) 씨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통해 드디어 오라버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단다.

73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오라버니 故 류홍석 일병. 덧없이 흘러간 시간에 이제 6남매 중 유일하게 남은 혈육은 여동생 영순 씨뿐이다.

영순 씨는 늘 자신을 예뻐하던 오라버니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언젠가 오라버니가 돌아오리라는 믿음으로 어릴 적 살았던 옛집도 고스란히 남겨두었다고.

그곳에 남아 있을지 모를 오라버니와의 추억을 찾아보는 영순 씨.

지난 5월 17일, 故 류홍석 일병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

그는 231번째로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족을 만나는 주인공이 되었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아 그저 이름과 군번만이 적힌 영정에 영순 씨는 눈물이 앞선다.

스물둘, 어린 나이에 입대했던 故 류홍석 일병. 당시 영순 씨의 어머니는 물 한 모금 먹이지 못하고 아들을 보내야 했던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는데...

같은 하늘 아래 그저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랐지만, 1951년 8월 ‘피의 능선’이라 불리던 전투에 참전했던 류 일병은 결국 가족을 다시 볼 수 없었다.

긴 세월을 지나 유일한 혈육, 여동생의 품으로 돌아온 류 일병을 위해 누이 류영순 씨는 아들 경호(53세) 씨와 손자 진영(25세) 씨와 함께 따뜻한 밥상을 준비한다.

오랜 기억을 더듬어 오라버니가 좋아했던 음식으로 밥상을 가득히 채워보는 영순 씨.

머위가 지천이었던 옛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었다는 바지락머윗대볶음, 손자의 솜씨를 더한 고사리육개장, 직접 잡아 푸짐하게 쪄낸 숭어찜까지...

그간의 눈물은 닦아내고, 환한 웃음으로 오라버니를 맞이하는 영순 씨. 73년 만에 돌아온 오라버니에게 건네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소중한 가족을 되찾은 영순 씨네 밥상을 맛본다.


■ 아버지,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아침부터 분주히 도시락을 준비하는 김성택(74세) 씨, 박기춘(72세) 씨 부부.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순두부부터 성택 씨네 밥상에 빠지지 않는 반찬이라는 코다리조림, 푹 삶아낸 돼지고기수육, 차곡차곡 쌓이는 반찬들까지...

보자기가 터질 듯 담아낸 이 도시락은 오늘 찾아뵙는 특별한 은인을 위해서라는데.

바로 경기도 가평군에 살고 있다는 박태규(81세) 씨다.

강릉에서는 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지만 한달음에 달려가는 성택 씨 부부.

이들과 태규 씨의 인연은 10여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 일대는 6·25 전쟁 당시 가평지구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급박한 전투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성택 씨의 아버지, 故 김재권 일병의 유해는 지난 2008년 태규 씨의 신고로 발견될 수 있었단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르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故 김재권 일병은 스물일곱의 모습으로 아들의 품으로 돌아와 그토록 그리던 아내의 곁에 묻힐 수 있었다.

1950년 8월, 임신한 아내를 두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진 입대한 故 김재권 일병은 건설공병단 소속으로 북진을 위한 공병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입대한 지 두 달 만에 전사하고 말았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그의 마지막 약속은 70여 년 만에 지키게 되었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억척스레 외아들, 성택 씨를 키워냈다.

유복자로 외롭게 자랐던 성택 씨에게 기적처럼 나타난 아버지의 존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환희와도 같았단다.

그렇게 처음으로 아버지를 목 놓아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해준 은인을 위해 꼭 진심이 담긴 감사를 전하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싶었다는 성택 씨.

가족을 다시 만나고, 또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시간.

함께 둘러앉은 밥상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아버지가 맺어준 인연, 형님 같은 태규 씨를 가족으로 다시 만난 성택 씨 부부의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를 만나본다.


73년 만의 만남 그러나 그리운 내 고향, 내 아버지, 내 형제를 아직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때 헤어진 가족을 만난다면 도란도란 밥상에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누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들!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평범한 일상’의 기록은 2024년 6월 6일 2024년 방송되는 '현충일 기획' 한국인의 밥상 659회 '73년을 기다린, 따뜻한 밥 한 그릇' 편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