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라마 – 부활수업’ 키르케고르

이번 방송에서는 실존철학의 선구자 쇠렌 키르케고르가 부활한다. 심오한 사상가의 얼굴이 아닌, 거리의 조롱 속에서 인간의 절망을 응시한 한 사람으로서. 1849년의 코펜하겐과 그가 남긴 저작, 일기와 시대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모습이 AI 디지털 복원을 통해 카메라 앞에 다시 놓인다.

“안녕하세요, 쇠렌 키르케고르라고 합니다” 1849년 6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인쇄소에 맡긴 직후에 켜진 카메라

'AI 드라마 - 부활수업' 키르케고르

1849년 6월 말, 덴마크 코펜하겐. 서른여섯 살의 사내가 카메라 앞에 앉는다. “안녕하세요, 쇠렌 키르케고르라고 합니다. 권위 없는 시인이자, 사상가죠.” 그는 방금 인쇄소에 다녀왔다. 새 책 「죽음에 이르는 병」의 원고를 넘기고 온 참이다. 다만 책은 안티-클리마쿠스라는 가명으로 나올 예정이다. 자신이 쓴 글이라는 것이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그는 은밀하게 덧붙인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그해 7월 안티-클리마쿠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키르케고르는 앞선 여러 저작에서도 가명을 통해 서로 다른 목소리와 관점을 세워왔고, 이 책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바로 출간을 앞둔 시점으로 돌아가, 저자가 왜 자신의 이름을 뒤로 숨긴 채 인간의 절망을 말하려 했는지를 한 사람의 독백으로 따라간다.

<AI 드라마 – 부활수업>은 역사적 인물을 AI 기술로 디지털 복원해, 그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 남겼을 법한 영상 메시지를 구현한 프로그램이다. 키르케고르 편에서 되살아난 키르케고르는, 평생을 파고든 ‘절망’에 관한 책을 세상에 내보내는 그날, 자신이 왜 이름을 감추면서까지 이 책을 써야 했는지를 카메라에 남기기 시작한다. 기록과 원전을 먼저 세우고 인간 작가의 집필과 전문가 자문을 거친 뒤 AI 기술로 시청각화하는 제작 방식도 이 고백의 바탕이 된다.

거리의 조롱거리, 익명의 저자, 교과서가 말해주지 않았던 그날의 키르케고르

키르케고르 편의 부제는 ‘그대, 절망하고 있는가’. 키르케고르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향한 세상의 조롱을 먼저 이야기한다. 비평지 <코르사렌>과의 분쟁 이후, 정육점 아이들부터 대학생까지 모두가 자신을 모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듯했다는 것. 이성의 시대에 조롱만큼 두려운 것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 <코르사렌>과의 충돌은 글에 대한 반박에만 머물지 않았다. 풍자와 희화화는 키르케고르의 외모와 옷차림까지 향했고, 평소 코펜하겐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리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과 야유를 견뎌야 했던 경험은 그를 더 고립된 자리로 밀어 넣었지만,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방송은 철학사에 남은 이름보다 먼저, 조롱을 실제 생활 속에서 견뎌야 했던 한 인간의 시간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간은 곧 자기(自己)이며, 자기란 자기 자신에게 관계하는 관계’라는 난해한 사유를 하나씩 풀어낸다. 자기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기 자신이기를 원하지 않을 때 인간은 절망에 빠진다는 것 – 조롱 속에서도 그가 붙든 이 물음이 어디서 왔는지를 처음으로 꺼내 놓는다. 절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과 맺는 관계가 어긋난 자리에서 드러나는 문제로 제시된다.

“그대, 절망하고 있는가” 177년 전, 인간의 절망을 응시한 철학자가 우리에게 묻는다

'AI 드라마 - 부활수업' 키르케고르

키르케고르가 이르는 곳은 뜻밖의 결론이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한 명도 없듯, 절망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는 것. 그러나 절망은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한다. 절망 속에서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직시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177년 전의 철학자가 던지는 물음은 두 세기를 건너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이기에 절망하는가?”

「죽음에 이르는 병」이 파고드는 것도 바로 이 자기와 절망의 관계다. 인간이 자기 자신과 어떻게 관계하는지, 그 관계가 어긋날 때 절망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좇는다. 방송은 철학 개념을 교과서 문장으로 나열하기보다 조롱받았던 키르케고르 자신의 하루와 연결해 보여주며, 그가 말한 절망이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문제였다는 점을 따라간다.

키르케고르의 원전 위에 세운 AI 드라마

키르케고르 편의 대사와 사유는 「죽음에 이르는 병」과 「불안의 개념」 등 키르케고르의 원전과 그의 일기를 토대로 재구성됐다. 전문가 학술 자문을 거쳐 키르케고르의 사상과 시대적 맥락을 검증했다. AI가 대사를 자유롭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과 전문가 자문, 인간 작가의 집필을 거친 내용을 AI 기술로 시청각화하는 <AI 드라마 – 부활수업>의 제작 원칙은 키르케고르 편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키르케고르 편은 덴마크어 원어 대사를 함께 구현해 인물의 육성에 가깝게 다가간다.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내세운 원칙도 역사적 인물의 생각을 AI가 임의로 만들어내는 방식과 거리를 둔다. 사료와 기록을 토대로 내용을 정리하고 전문가 검증을 거친 다음 영상과 음성, 표정 등을 AI로 구현하는 인간-AI 협업 구조다. 키르케고르 편에서도 1849년이라는 구체적인 시점과 저작의 문장을 먼저 세운 뒤, 그날 그가 카메라를 켰다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절망론을 말했을지를 드라마로 구성한다.

과학자에 이어, 실존의 물음을 던진 철학자가 부활하다

'AI 드라마 - 부활수업' 키르케고르

<AI 드라마 – 부활수업>은 차세대 제작 프로세스로, 역사적 인물을 AI 디지털 복원 기술로 되살려 그들이 남겼을 법한 영상 메시지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동서양의 사상가와 예술가, 과학자에 이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의 물음을 던진 철학자가 AI로 되살아나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인물마다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하루를 배경으로, 시대를 초월한 질문이 전달되며, 각 에피소드마다 전문가 고증·학술 자문을 거쳐 제작된다.

거리의 조롱을 견딘 저자, 안티-클리마쿠스라는 익명의 목소리, 인간이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를 끝까지 파고든 철학이 한 자리에서 만나며 177년 전 절망의 물음을 오늘의 자신에게 돌려놓는다. 키르케고르의 질문을 따라간 끝에 우리는 과연 자기 자신에게 어떤 답을 내놓게 될까?

키르케고르가 「죽음에 이르는 병」을 세상에 내놓기 직전 남겼을 법한 영상 메시지는 8월 30일 일요일 밤 11시 EBS1에서 방송되는 <AI 드라마 – 부활수업>에서 공개된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