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며 많은 것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져 간다.
하지만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것도 있다.
수십 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손맛을 이어가고,
1년에 단 한 번 자연이 내어주는 재료를 얻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으며,
홀로 돌탑을 쌓으며 수행의 시간을 견디는
이른바 ‘고수’도 세월을 묵혀야 비로소 빛을 보는 법!
기나긴 시간을 견디며,
어느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내공을 쌓은 고수들.
세월이 쌓이며 깊어진 내공처럼,
오래될수록 더욱 깊어지는 고수의 시간을 만나본다.
7월 28일 화요일 오후 9시 35분 EBS1 ‘한국기행’ ‘묵혀야 제맛, 고수의 시간’ 제2부 ‘천년의 신비, 황칠 자개’ 편에서는 김영준 작가가 나전과 황칠로 천 년의 빛을 빚어내는 33년 외길을 만난다.
어머니의 나전 장롱에서 시작된 33년 외길
강원도 원주 치악산 자락 깊은 숲속. 바다와 숲이 내어준 선물로 천 년의 빛을 빚어내는 나전 황칠 작가 김영준 씨가 있다.
잘나가던 증권맨으로 10년을 일하며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서른여덟 살에 사표를 던지고 나전칠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외길로 이끈 건 어머니에 대한 추억.
어린 시절, 어머니는 혼수로 해온 나전 장롱과 반닫이를 아끼며 매일 닦고 들여다보셨다고. 어머니와 함께 그 무늬 속을 탐험하며 마주한 학과 모란꽃이 오묘하게 빛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단다.
세계가 찾은 나전칠기의 품격
그렇게 나전 외길을 걸어온 지 33년. 장롱 속에 머물던 나전칠기는 그의 손에서 그림이 되고, 조형이 되고 생활 속 예술로 태어나고 있다.
빌 게이츠가 한국 전 대통령에게 선물하기 위해 의뢰한 게임기에 이어 스티브 잡스는 휴대폰 케이스를 특별 주문하기까지. 1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을 땐 교황이 앉는 의자에 한국 고유의 품격을 얹었다.
10년 전부터는 자개에 옻칠 대신 만 년을 버틴다는 신비의 황칠로 나전칠기 작업을 하고 있다.
보길도에서 구하는 바다와 숲의 재료
바다와 숲이 풍요로워지는 여름이면 나전칠기 재료를 구하기 위해 보길도를 찾는 김영준 작가.
청정바다를 품은 보길도 앞바다에서 영롱하고 단단한 빛을 뽐내는 전복을 구하고, 신비의 도료인 황칠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한 해 5~10g, 황칠이 품은 시간
순금을 닮은 황금빛과 오랜 세월에도 광채를 잃지 않는 강인함으로 예부터 왕실은 물론 최고급 교역품으로 귀하게 여겨졌던 황칠.
한 그루에서 1년에 얻을 수 있는 황칠은 고작 5~10g 남짓으로 1년에 생산하는 황칠 한 병의 가격이 1억 원에 달한단다.
보길도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400년 황칠나무가 있다. 김영준 작가에게 늘 영감의 존재였던 오래된 나무.
하지만 예기치 못한 가슴 아픈 현장을 마주하고 마는데…
황칠이 자개를 만나 영원한 빛을 얻는 천년의 신비, 황칠 자개의 깊은 세계를 만나본다.
황칠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해안과 제주도에 자생하며 오래전부터 황금빛 전통 도료로 활용돼 왔다. 자개와 황칠에 33년의 시간을 쌓은 김영준은 어떤 빛을 완성할까?
나전 외길 33년과 보길도의 전복·황칠, 천 년의 빛을 빚는 김영준의 작업은 7월 28일 화요일 오후 9시 35분에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 ‘묵혀야 제맛, 고수의 시간’ 제2부 ‘천년의 신비, 황칠 자개’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