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765회 덥다고 지칠쏘냐? 네가 있어 든든하다!

한국인의 밥상 765회 덥다고 지칠쏘냐? 네가 있어 든든하다!

덥다고 지칠쏘냐?
이럴 때일수록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하는 게 여름나기의 생존 전략이다.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게 어디 음식뿐이랴?
곁에서 시원한 바람이 되고 편안한 그늘이 되는 보양식 같은 존재를 만난다!

혹서기는 일 년 중 가장 혹독하게 더운 때다. 대부분 일손을 잠시 놓고 휴가를 준비하며, 뜨거운 태양이 곡식과 과일을 익히는 동안 옛 선조들도 망중한을 즐겼다.

그러나 누구나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열하는 햇볕 아래에서 연잎을 따고, 1,300℃에 달하는 불 앞에서 쇠를 녹이며, 무거운 장비를 메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덥고 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 일상의 노동을 묵묵히 해내는 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마음으로 차린 한 상이다. 소금 땀을 흘리는 유기 장인에게는 특급 물김치가, 바다를 정화하는 특전사 예비군들에게는 오리문어탕이, 뙤약볕에서 연잎을 따는 농부에게는 연잎단호박오겹살찜이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보양식이 된다.

지금이 연잎이 잘 익었을 때입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지금이 연잎이 잘 익었을 때입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지금이 연잎이 잘 익었을 때입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3
지금이 연잎이 잘 익었을 때입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4
지금이 연잎이 잘 익었을 때입니다! –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 5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부안읍에는 드넓은 연밭이 펼쳐져 있다. 연잎 한 장을 따기 위해서는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속으로 들어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을 견뎌야 한다.

김형록(75)은 자신의 키만 한 연잎을 따며 여름을 보낸다. 연잎은 삼복더위가 절정인 7월 중순부터 8월에 가장 크게 자라고 향도 진해져 하필 가장 무더운 시기에 수확해야 한다.

김형록과 손발을 맞추는 단짝은 아내 황향순(69)이다. 두 사람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아찔한 더위 속에서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재미나게 일한다.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황향순에게 10여 년 전 연뿌리 세 개로 시작한 연잎 농사는 가장 행복한 일이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그는 음식에 향을 입혀주는 연을 직접 키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황향순에게는 특별한 요리 선생님도 있다. 지역 음식을 개발하는 현숙이(46)는 황향순과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지만, 이제는 어느 모녀보다 가까운 사이가 됐다.

현숙이는 무더위와 싸우는 부부를 위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골고루 담은 한 상을 차린다. 부부가 정성껏 수확한 널찍한 연잎에 단호박과 오겹살을 가득 싸서 쪄낸 연잎단호박오겹살찜이다.

치마만 한 연잎을 펼치면 소중한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며 넣은 음식이 모습을 드러낸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함께 땀을 흘린 부부에게 정성껏 차린 음식은 허기를 채우는 한 끼를 넘어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쇠를 녹여 멀리 울려 퍼지는 ‘울음’ 소리를 만든다! – 충청남도 아산시

쇠를 녹여 멀리 울려 퍼지는 ‘울음’ 소리를 만든다! – 충청남도 아산시
쇠를 녹여 멀리 울려 퍼지는 ‘울음’ 소리를 만든다! – 충청남도 아산시 7
쇠를 녹여 멀리 울려 퍼지는 ‘울음’ 소리를 만든다! – 충청남도 아산시 8
쇠를 녹여 멀리 울려 퍼지는 ‘울음’ 소리를 만든다! – 충청남도 아산시 9

충청남도 아산시에서는 전희수(72)가 1,200℃에 달하는 시뻘건 쇳물 앞을 지킨다. 전희수는 우리의 전통 방짜유기를 만들며 54년을 살아온 장인이다.

그의 특기는 전통악기인 징 만들기다. 쇠의 성질을 파악하고 원하는 소리를 알맞게 잡는 데만 10여 년이 걸릴 만큼 오랜 경험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다.

쇠를 달군 뒤 달궈진 쇳덩어리를 가마 안에서 돌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려 열 개의 공정을 차례로 지나야 단단한 방짜유기가 완성되고 멀리 울려 퍼지는 징의 소리도 만들어진다.

하루 종일 불볕더위보다 뜨거운 가마의 열기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전희수는 집에 돌아와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그의 54년 장인 인생 뒤에는 아내 배달영(71)의 한결같은 뒷받침이 있었다.

새벽 세 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전희수는 하루에 쏟는 에너지가 적지 않다. 배달영은 뜨거운 불 앞에서 땀을 쏟는 남편을 위해 수박미숫가루화채를 준비한다.

미숫가루에 수박과 얼음을 동동 띄운 한 그릇은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부족한 영양도 채운다. 오이의 시원한 맛과 미나리의 향긋함을 살린 미나리고추오이물김치는 비처럼 땀을 흘리는 남편을 위해 배달영이 특별히 생각해 낸 음식이다.

시원한 물김치 한 그릇에는 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전통의 소리를 만드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뜨거운 존경이 담겨 있다. 전희수가 쇠를 두드려 깊은 울림을 완성한다면 배달영은 정성을 담은 음식으로 남편이 다시 불 앞에 설 힘을 채워준다.

‘보령 사나이들의 특별한 여름!’ – 충청남도 보령시

‘보령 사나이들의 특별한 여름!’ – 충청남도 보령시
‘보령 사나이들의 특별한 여름!’ – 충청남도 보령시 11
‘보령 사나이들의 특별한 여름!’ – 충청남도 보령시 12
‘보령 사나이들의 특별한 여름!’ – 충청남도 보령시 13

천혜의 자연을 품어 한때 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던 다보도에는 이제 파도에 휩쓸려 온 쓰레기가 하나둘 쌓이고 있다. 바닷속에는 각종 쓰레기와 폐그물, 쇠 파이프까지 가라앉아 섬 주변의 풍경을 어지럽힌다.

이곳을 찾아 바다를 청소하는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보령시에서 꾸준히 봉사해 온 특전사동지회 회원들이다.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꺼낼수록 마음마저 정화된다는 이들은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기꺼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몸은 현역 시절과 같지 않지만 열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바다를 사랑하고 고향을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무더위 속에서도 폐그물을 걷어내고 쇠 파이프를 들어 올리는 고된 작업을 묵묵히 이어간다.

이들이 힘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남편의 수고를 알아주는 아내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아내가 특전사나 다름없다며 웃음꽃을 피운다.

역전의 용사들을 위해 아내들은 오리와 문어, 전복까지 몸에 좋은 재료를 가득 담아 팔팔 끓인 오리문어해신탕을 내놓는다. 뜨거운 국물과 푸짐한 재료로 차린 한 상에는 무더운 바다에서 봉사하는 남편을 향한 아내들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연밭과 가마, 바다에서 흘린 땀을 닦아주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곁을 지킨 사람들이 정성껏 차린 음식이다. 세 현장에서 만난 밥상 가운데 어떤 밥상이 가장 든든한 위안으로 다가올까?

무더위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과 그 곁에서 보양식 같은 존재가 되어준 이들의 특별한 한 상은 7월 30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65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