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며 많은 것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져 간다.
하지만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것도 있다.
수십 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손맛을 이어가고,
1년에 단 한 번 자연이 내어주는 재료를 얻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으며,
홀로 돌탑을 쌓으며 수행의 시간을 견디는
이른바 ‘고수’도 세월을 묵혀야 비로소 빛을 보는 법!
기나긴 시간을 견디며,
어느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내공을 쌓은 고수들.
세월이 쌓이며 깊어진 내공처럼,
오래될수록 더욱 깊어지는 고수의 시간을 만나본다.
7월 27일 월요일 오후 9시 35분 EBS1 ‘한국기행’ ‘묵혀야 제맛, 고수의 시간’ 제1부 ‘남대문, 시간을 잇다’ 편에서는 600여 년의 시간을 품은 남대문시장에서 꼬마김밥과 갈치조림, 쟁반 배달로 세월을 잇는 고수들을 만난다.
600년 남대문시장이 깨우는 새벽
조선 초기부터 600여 년의 시간을 품어온 남대문시장. 켜켜이 쌓인 세월 속에서 자리를 지켜 온 이들의 내공 또한 만만치 않다.
화려한 도심의 불빛이 꺼져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불을 켜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새벽 1시, 48년 꼬마김밥의 시간
새벽 1시가 되면 48년째 같은 시간과 자리를 지키며 꼬마김밥을 판매하는 문선숙 씨.
도매 시장인 남대문시장으로 전국 팔도의 보따리상들이 새벽에 상경하던 시절부터 고된 새벽을 견디게 하는 든든한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새벽 4시, 63년 갈치골목의 불맛
새벽 4시가 되면 갈치골목의 하루도 시작된다. 6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올해 86세 김귀례 씨.
누구보다 먼저 식당에 출근해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현역이다. 경력 30년 차인 60대인 딸 윤채연 씨는 어머니 앞에선 여전히 햇병아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데…
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골목 안에서 수십 개의 화구에 불을 올려 조려 내는 갈치조림. 63년 세월이 담긴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이어져 가고 있다.
남대문 골목을 누비는 쟁반 배달원
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발 디딜 틈 없는 골목 사이, 남대문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있다.
바로 뜨끈뜨끈 김이 나는 밥상을 쟁반 채 머리와 어깨에 이고 골목골목을 누비는 ‘쟁반 배달원들’!
대기업에서 평생 근무하던 태환 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어머니의 손때 묻은 시간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남대문 품에 안긴 지 어느덧 15년. 하나에 5kg 넘는 쟁반을 3개씩 한 번에 겹쳐 들고 미로 같은 골목길을 종횡무진 누빈다.
한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시장의 시간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 온 남대문시장 사람들.
어머니가 지켜 온 시간은 자식들의 시간이 되고, 한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한 자리에서 기본이 반세기! 시장의 뜨거운 시간을 이어가는 남대문 고수들을 만나본다.
조선 태종 때부터 상권이 형성된 남대문시장은 밤에는 전국의 소매상들이, 낮에는 시민과 여행객들이 찾는 시장으로 이어져 왔다.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킨 고수들은 어떤 손맛과 삶의 태도로 시장의 시간을 다음 세대에 전할까?
남대문시장에서 48년 꼬마김밥, 63년 갈치조림, 15년 쟁반 배달로 시간을 잇는 고수들의 이야기는 7월 27일 월요일 오후 9시 35분에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 ‘묵혀야 제맛, 고수의 시간’ 제1부 ‘남대문, 시간을 잇다’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