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진단비를 거절할 수 있을까

보험금 분쟁 현장에서 “선천성 질환은 보장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실제 분쟁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 문장이 항상 정답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특히 장애진단비와 같이 고액 보장이 걸린 담보에서는 질병의 성격보다 약관 해석과 설명의무 이행 여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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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사례는 자녀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에서 시작됐다. 계약자는 질병 관련 진단비 특약이 포함된 보험에 가입했고, 이후 피보험자는 다운증후군을 원인으로 중증 장애 판정을 받아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 등록을 마쳤다. 이에 계약자는 약관에 근거해 질병별 고도장해 진단비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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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입장은 명확했다. 다운증후군은 출생 시부터 존재한 선천성 질환이므로 질병으로 인한 장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 진단비는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분쟁조정 과정에서 이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쟁점은 약관에 선천성 질환이 명확히 면책 사유로 규정돼 있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계약 당시 충분히 설명되었는지 여부였다. 약관에는 정신질환 등의 면책 규정은 있었지만, 다운증후군이나 염색체 이상 질환을 특정해 보장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히 상품설명서에 일부 질병 코드가 기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고액 진단비까지 면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장애 판정 기준의 변화다. 보험계약 체결 이후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장애 분류 체계가 달라졌는데, 분쟁조정기관은 이를 소비자에게 불리하게만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약관의 취지와 보장 목적에 비춰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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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분쟁조정 결과는 보험금 지급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는 최근 법원 판결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사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약관이 불명확한 경우, 그 책임은 소비자가 아니라 약관을 작성한 보험사가 져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 사례는 보험 소비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장애진단비 분쟁의 핵심은 질병명이 아니라 약관의 문구와 설명의 흔적이다. 보험사의 “선천성 질환”이라는 한마디로 권리를 포기하기 전에, 약관과 계약 과정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금융감독원)
보험전문기자 유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