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두 한옥 이야기

뉴스미터2026.07.20박분도 기자
‘건축탐구 집’ 두 한옥 이야기

7월 21일에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 ‘두 한옥 이야기’ 편에서는 전남 화순에서 117년 된 민가 한옥의 원형을 지키며 한옥과 양옥을 오가며 사는 부부의 집이 공개된다.

수로가 흐르는 117년 된 한옥

전남 화순의 조용한 마을. 동복천이 흐르는 숲정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는 오늘의 집이 보인다. 집 안에 수로가 흐르는 이 집은 무려 100년 하고도 17년이 더 된 한옥이다.

백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잘 보존된 오늘의 집은 부부의 깊은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오랜 시간 교직 생활을 하며 전원주택 생활을 꿈꿨던 부부는 땅을 찾기 위해 자그마치 7년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어오게 된 이 골목길에서 운명처럼 이 집을 마주했다.

첫눈에 반해버린 탓일까 흥정을 할 마음도 생겨나지 않을 정도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집이지만 선면의 분할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운 집, 또 양반댁 한옥과는 다른 소박한 멋을 품은 민가 한옥이 후대에도 계속 이어지게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부부의 한옥 원형 지키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혹여 집의 원형이 훼손될까 봐 단열재 하나도 쉽게 넣을 수 없었다. 대신 오늘날의 포켓 도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통 갑창을 활용해 단열을 보완했다. 한옥 옆에 양옥을 새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추운 계절에는 한옥에서 생활하기 어려웠기에 양옥에서 겨울을 보내며 한옥을 조금씩 보강해 나갔다. 유독 한옥과 마당에 깊은 애정을 품었던 부부는 양옥을 지을 때도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양옥이 한옥보다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옥이 중심이 되는 집을 만들기 위해 복층도 과감히 포기하고, 최대한 소박한 모습의 양옥을 완성했다. 계절에 따라 필요한 짐만 옮기며 한옥과 양옥을 오가며 생활하는 부부는, 두 집에서 서로 다른 계절을 보내고 두 공간을 모두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부부는 6개월에 걸쳐 한옥을 손수 수리했다. 황토 핸디코트 작업부터 벽과 천장, 구들까지 집 안 곳곳에 부부의 손길이 닿았다. 처음에는 천장만 손볼 계획이었지만, 작업을 이어갈수록 범위가 넓어져 어느새 벽과 서까래까지 손보게 됐다.

천장을 보며 해야 하는 서까래 작업의 특성상 얼굴과 온몸에 기름이 묻고, 흙을 뒤집어쓰기 일쑤였지만 완성되어 가는 집을 볼 때마다 뿌듯함은 더욱 커졌다. 구들장 역시 남편 오철 씨가 직접 손봤다.

오래된 구들은 한쪽이 무너져 있어 바닥이 고르게 따뜻하지 않았지만, 유튜브와 책을 보며 공부한 끝에 직접 보수에 성공했다. 한옥의 원형을 최대한 그대로 지키고 싶었던 부부의 마음은 집을 고치는 모든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등학생 시절, 신윤복의 ‘연못가의 여인’을 본 뒤 한옥에서의 삶을 꿈꾸기 시작한 아내 명자 씨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마당에서 꽃을 가꾸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한옥의 원형을 소중히 지키며 이곳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는 부부.

옛것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집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부부의 한옥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본다.

1945년 해방둥이 개성식 한옥

인천시 강화도, 마니산의 정기가 흐르는 한적한 마을. 오늘의 집은 일반적인 한옥과는 다른, 처마가 독특한 1945년에 지어진 해방둥이 한옥이다.

평소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임선영 건축주는 오랫동안 발품을 판 끝에 마니산 아래 오늘의 집을 만나게 되었다. 단군 신화가 서려 있는 영산임에도 사람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마니산 아래 있는 작은 한옥.

강화도에 위치해 개성 한옥의 영향을 받아 북촌 등 남한의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처마를 품고 있는 오늘의 집.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고쳐내는 것보다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생활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은 집을 만들어 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 양반한옥에 맞춰 수선해야만 받을 수 있는 정부지원금까지 포기해가며 원형을 살리고자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건축주의 의지 덕분에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은 오늘의 한옥이 새롭게 탄생했다.

한옥의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기 위해 건축주는 집에 대해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대목수를 찾아 나섰다. 50명이 넘는 대목수를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대목수를 만났고,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한옥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래된 한옥이 품어온 시간과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창문 하나, 벽지 한 장까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주변 한옥을 답사하며 당시의 문과 창호 디자인을 연구했고, 집에 어울리는 창호와 문을 손수 제작했다.

공사 과정에서 발견한 작은 벽지 조각을 버리지 않고 복원한 덕분에, 서양에서 들여온 패턴과 우리나라의 전통 문양이 어우러진 근대기 독특한 벽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건축주는 생활 방식 또한 집에 맞추고자 했는데 침대를 들이는 대신 목화솜 이불을 제작해 한옥의 생활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선영 씨가 특히 좋아하는 공간은 주방이다. 안방과 복층 구조였던 다락과 반지하 주방을 철거하며 이 공간은 부엌과 다이닝 공간이 되었다. 당시 안방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벽에 있던 벽지를 프린팅해 상황에 따라 주방 용품을 가릴 수 있는 하부장의 커튼으로 제작했다.

음식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선영 씨에게 한옥은 작업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고, 또 사람들을 모아 의견을 나누는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을 거쳐간 사람만 여든 명은 족히 넘는단다. 집은 혼자 즐기고 사용하기보다 사랑방처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선영 씨에게 한옥은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삶을 정의하고, 그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지금은 한옥의 원형만 복원한 상태로, 마당을 비롯해 손수 가꿔야 할 곳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도 천천히 손길을 더하며 이 공간의 기억을 되살릴 예정이다.

지난 시간을 품은 곳이자 앞으로의 추억을 쌓아나갈 선영 씨의 한옥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본다.

연둔리 숲정이는 2002년 ‘아름다운 마을 숲’에 선정된 곳으로, 동복천을 따라 늘어선 수양버들이 동복호와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117년 된 한옥을 둘러싼 물길과 나무가 집의 시간을 어떻게 이어주는지 보는 재미가 커 보인다. 집 안을 지나는 수로와 숲정이 풍경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담고 싶은 장면은 무엇일까?

수로가 흐르는 117년 된 한옥을 지키며 한옥과 양옥에서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는 7월 21일 화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 ‘두 한옥 이야기’ 편에서 공개된다.

출처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