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고 다른 연애 1회 서강준·안은진, 헤어진 다음 날 ‘모닝콜 엔딩’

너 말고 다른 연애 1회 서강준·안은진, 헤어진 다음 날 '모닝콜 엔딩'

10년 연애를 끝낸 다음 날에도 몸에 밴 습관은 두 사람보다 먼저 움직였다. KBS2 ‘너 말고 다른 연애’ 1회는 서강준과 안은진이 전날 이별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채 모닝콜과 애정 인사를 주고받는 장면으로 오래된 관계가 남긴 흔적을 보여줬다.

10년 연애에 쌓인 익숙함

서강준과 안은진의 하이퍼리얼한 연기는 오래 만난 연인의 편안함과 그 안에 쌓인 균열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두 사람은 빨래와 청소, 설거지를 나눠 하고 서로의 생활 습관과 취향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였다.

일에 치여 지내다 보니 6개월 동안 뜨거운 몸의 대화가 없었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가 가장 확실한 내 편이라는 믿음이 남아 있었다. 익숙함이 곧 무관심은 아니었고, 설렘이 줄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결혼이라는 다음 단계 앞에서 두 사람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미래를 준비하는 서강준과 달리, 영화감독 안은진은 자신이 꿈꾸던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안은진이 숨기고 싶었던 영화 현장

안은진은 송지우가 맡은 주연 배우와의 갈등으로 어렵게 참여한 영화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후 맡게 된 일은 자신이 꿈꿔온 영화와 거리가 먼 성인영화 연출이었고, 남자 배우의 신음소리까지 직접 디렉팅해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그는 이런 상황을 서강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결혼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 편안함에 안주한 채 자신의 꿈을 놓아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도 컸다. 아직 감독으로서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결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일은 안은진에게 또 다른 부담이었다.

서강준은 안은진이 자신에게 기대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안은진을 업고 먼 거리를 뛰었던 기억까지 꺼내며 서로 의지하고 돌보는 것이 관계라고 받아들였고, 힘든 순간에도 곁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사랑의 정의가 갈린 이별

안은진이 감추고 싶었던 현장과 하차 사실은 결국 서강준에게 들통났다. 걱정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섞인 서강준의 말은 가장 초라해져 있던 안은진에게 위로보다 상처로 닿았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도 이미 달라져 있었다. 서강준은 예전처럼 매 순간 뜨겁지 않더라도 회사를 성실하게 다니고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방향을 지키려는 책임감 역시 사랑이라고 여겼다.

반면 안은진은 자신을 위해 계속 전력질주하는 서강준의 마음이 어느 순간 의무감과 부채감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자신은 제자리인데 상대만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현실까지 겹치면서 사랑받을수록 오히려 자신이 더 초라해진다고 느꼈다.

결국 안은진은 “너 때문에 난 내가 점점 싫어져”라며 이별을 선언했다. 사랑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이 서로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10년 동안 이어진 관계가 멈췄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서강준이 이날 안은진 몰래 프러포즈 이벤트까지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결혼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려던 사람과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을 잃어간다고 느낀 사람이 같은 날 전혀 다른 결론을 품고 있었다.

헤어진 다음 날의 모닝콜

이별 다음 날 아침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깊게 몸에 남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잠결에 눈을 뜬 서강준은 전날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잊은 채 습관처럼 안은진에게 모닝콜을 걸었다.

안은진 역시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고 “알라뷰. 사랑해. 쫑쫑”이라는 두 사람만의 아침 인사를 건넸다. 익숙한 대화를 마친 직후에야 전날 자신들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동시에 떠올렸고, 두 사람은 거의 같은 순간 비명을 질렀다.

사랑은 끝내자고 합의할 수 있었지만 10년 동안 반복한 행동까지 하루 만에 지울 수는 없었다. 이 장면은 거창한 이별 장면보다 생활 속 작은 습관이 오래된 관계의 시간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웃픈 모닝콜 엔딩’으로 남았다.

새로 나타난 이주안과 조아람

두 사람이 결별한 시점에는 새로운 감정의 변수가 될 인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서강준은 회사에서 자신이 고민하던 제품의 문제점을 단번에 짚어내는 후배 조아람과 처음 마주쳤다.

안은진 앞에는 영화 하차 합의를 맡은 제작사 측 법률대리인 이주안이 나타났다. 자신의 커리어가 가장 흔들리는 순간 만난 두 사람의 첫 대면은 부드럽기보다 악연에 가까웠고, 안은진의 현실적인 문제와 맞물려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10년 동안 서로만 바라본 두 사람이 헤어진 바로 그때 각자의 일상으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첫 회는 이주안과 조아람을 곧바로 새로운 연인으로 규정하기보다, 오래된 관계가 끝난 자리에 생긴 낯선 감정의 가능성을 먼저 열어뒀다.

첫눈에서 시작된 10년

에필로그에서는 두 사람이 친구에서 연인이 됐던 날이 공개됐다. 오랜 친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안은진을 붙잡은 사람은 서강준이었다.

첫눈이 내리던 날 서강준은 “사귀고 헤어지는 뻔한 수순은 우리한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관계를 시작할 용기를 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9번의 첫눈 기념일을 함께 지나왔지만, 결국 10번째 첫눈이 오기 전에 끝을 맞았다.

첫눈 아래 영원을 믿었던 두 사람은 10번째 첫눈 전에 헤어졌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습관이 먼저 움직였다. 1회에서 10년 연애의 끝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서로에게 자동처럼 걸어버린 그 모닝콜이었을까?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