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456회 지난해 3월, 여성 노숙인이 서울역 인근 골목에서 4시간 동안 300번의 폭행을 당하고 숨졌다 2월 27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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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서울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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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4시간 동안 300번의 폭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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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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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서울역에서 지내온 여성 노숙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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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노숙인 1만 명, 이 중 20% 넘게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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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져 있던 이들의 삶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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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보이고 싶어요”…여성 노숙인과 함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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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은 여성 노숙인과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겪는 상황을 직접 보고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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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여성 노숙인들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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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폭행, 폭언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숨어’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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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보이기 위해 아예 머리를 삭발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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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 대다수는 서울역 지하나 광장에서도 오래 머무르지 못한 채, 안전하게 잘 곳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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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지내는 공중화장실도 안전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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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남성들이 드나들며 ‘돈을 주겠다’며 추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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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 공간에서 지내는 걸 들키면, 쫓겨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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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지원 시설이 있지만, ‘남성’이 대부분 머물고 있는 시설에 이들은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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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 절반 “거리에서 범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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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여성 노숙인 20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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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원인과 노숙 전후 경제활동 상황, 범죄 피해와 시설 거부 이유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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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폭행이나 성폭력 등 '노숙 중 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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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5%는 길거리에 나오기 전부터 성폭행이나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온 '피해자의 삶'을 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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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해 경험 때문에, ‘남성’ 중심의 노숙인 시설에 가는 것을 꺼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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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의 원인으로는 절반 이상이 ‘가정 폭력’ ‘가족 해체’ 등 가정 위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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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경험 없이 거리로 밀려 나왔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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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경험이 있더라도 ‘식당’, ‘공장’ 등 일용직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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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뒤, 이런 일을 다시 하려고 해도 ‘나이가 있어서 이력서도 안 받아준다', ‘주소가 없으니 취업이 안 된다’고들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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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노숙인의 절반 이상이 ‘실직, 사업 실패’ 등 경제 문제로 거리로 나온 것과 다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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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노숙인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성 노숙인은 오히려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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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노숙인 정책은 ‘남성’ 위주다. 실태 조사부터, 남성들이 주로 머무는 거리와 쪽방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책도 그에 맞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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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 일시 보호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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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여성 노숙인 지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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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년도 안 돼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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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여성들이 내몰리지 않으려면, 길에서 여성들이 살아남으려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