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3일에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 1289회에서는 253차례 구조 현장을 누빈 인명구조견 토백이가 김철현 소방관의 가족이 된 뒤 평범한 반려견으로 살아가는 은퇴 생활이 공개됐다.
군기 풀린 ‘한량견’ 토백이
은퇴한 토백이는 현역 시절과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한마디 명령에도 정확하게 반응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던 베테랑 인명구조견은 간식 앞에서 쉽게 무너졌고, 집 안에서 소변 실수를 하는 등 가족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허당미까지 드러냈다. 늘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던 구조견 시절과 달리 이제는 먹고 싶을 때 간식을 바라보고 쉬고 싶을 때 편하게 누워 있는 평범한 집강아지의 모습이었다.
가족은 오히려 하루가 다르게 군기가 빠지는 토백이를 반겼다. 위험한 현장을 오가며 오랫동안 명령에 집중했던 만큼 남은 시간에는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구조견일 때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하루의 목적이었다면 은퇴 뒤에는 마음껏 쉬고 놀며 새로운 일상을 배우는 것 자체가 토백이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253차례 현장을 누빈 베테랑
토백이가 누린 여유 뒤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6년 반 동안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을 비롯해 산악 실종자 수색과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됐고, 총 253차례의 구조 출동을 수행한 베테랑으로 소개됐다. 사고 현장에서는 사람의 냄새를 좇아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들어가며 실종자를 찾는 임무를 맡았다.
구조견으로서의 실력도 일찍 인정받았다. 토백이는 2020년 전국 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구조견인 ‘탑독’에 올랐고, 이후에도 주요 경진대회와 세계 구조견 무대를 경험했다. 오랜 기간 반복된 훈련과 실제 수색 경험이 쌓이면서 토백이는 국내외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대표적인 인명구조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은 토백이의 이름을 널리 알린 현장이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날카로운 파편 사이를 수색하던 중 발을 다쳤지만 응급 처치 후 붕대를 감은 채 다시 임무를 이어갔다. 부상한 발로 현장을 누비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붕대 투혼’이라는 말과 함께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았다.
현장의 모든 순간에는 핸들러 김철현 소방관이 함께했다. 토백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해온 김철현 소방관은 말보다 눈빛과 손짓으로 토백이와 호흡을 맞췄다. 구조 현장에서는 서로의 판단을 믿는 동료였던 두 사람은 은퇴를 계기로 핸들러와 구조견의 관계를 넘어 한 가족이 됐다.
친구 사귀며 시작한 견생 2막
구조견 조끼를 벗은 토백이에게 가족이 바란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긴장 속에서 임무를 수행한 만큼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반려견으로 지내는 것이었다. 토백이의 은퇴 후 버킷리스트 첫 번째도 ‘친구 사귀기’로 정해졌다.
친구들과 함께한 물놀이는 현역 시절에는 보기 어려웠던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물속에서 신나게 놀던 토백이는 김철현 소방관이 불러도 금세 돌아오지 않았고, 햄버거 냄새가 퍼지자 주변의 부름보다 먹을거리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한때 한마디 지시에 곧바로 움직이던 구조견이 이제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은 가족에게 웃음을 안겼다.
이런 일상은 구조견으로서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보다 임무를 먼저 따라야 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토백이는 비로소 다른 개들과 어울리고, 물놀이와 간식을 즐기며 평범한 반려견의 생활을 익혀갔다.
‘254번째 임무’ 프로야구 시구
느긋한 은퇴 생활을 보내던 토백이에게 다시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다. 253번의 구조 출동 뒤 이어진 ‘254번째 임무’는 생애 첫 프로야구 시구였다. 은퇴 국가봉사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토백이는 등번호 119번이 적힌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등장했다.
야구장에서는 구자욱과 김영웅이 특별한 손님을 반겼다. 김영웅은 토백이의 일일 시구 코치로 나서 공을 주고받는 방법을 알려줬고, 구자욱도 관심을 보이며 응원을 보탰다. 그러나 정작 토백이는 스타 선수들의 관심에도 크게 들뜨지 않는 태도를 보여 은퇴견다운 느긋한 모습을 이어갔다.
마침내 김철현 소방관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토백이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시구를 진행했다. 포수 강민호가 공을 받아낸 뒤 기념볼을 토백이 쪽으로 던지자, 토백이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날려 공을 입으로 받아냈다. 구조 현장에서 사람을 찾던 집중력이 야구장에서는 공을 낚아채는 모습으로 이어지며 관중에게 웃음과 박수를 동시에 안겼다.
토백이가 보여준 은퇴견의 현실
행복한 견생 2막은 다른 국가봉사견들의 은퇴 이후를 돌아보게 했다. 김철현 소방관은 모든 은퇴 국가봉사견이 토백이처럼 함께 일했던 사람의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민간 가정으로 이어지는 입양 비율도 20%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가 든 대형견의 의료비와 돌봄 부담 등이 새 가족을 찾는 데 현실적인 장벽이 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 뒤에는 토백이가 구조 현장에서 해낸 일과 이제 시작된 평범한 생활을 응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람을 위해 오랜 시간을 달린 만큼 앞으로는 편안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목소리와 함께, 은퇴한 국가봉사견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많은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찾던 토백이는 이제 김철현 소방관의 곁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고 간식 냄새에 먼저 반응하는 집강아지로 살아가고 있다. 긴장과 위험으로 채워졌던 시간을 내려놓은 뒤 자유롭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토백이에게는 새로운 견생 2막이 됐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달렸던 영웅견이 아무 임무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은퇴 자체가 또 하나의 소중한 보상임을 보여줬다. 토백이의 여유로운 은퇴 생활과 그 뒤에 비친 국가봉사견의 현실은 어떻게 남았을까?
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