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동행 사춘기가 오면 안 되는 소년 노현이

7월 11, 2024 - 14:14
KBS 동행 사춘기가 오면 안 되는 소년 노현이
KBS 동행 제공

열다섯 살 소년의 피하고 싶은 사춘기

청소년이라면 한 번쯤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 하지만 자신에게만은 사춘기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소년, 열다섯 살 노현이다. 부모님의 이혼 후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온 노현이.

엄마나 다름없는 할머니는 올해 1월, 자궁경부암 4기 판정을 받고 매월 2주씩 항암 치료를 위해 입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타지에서 일하며 주말밖에 집에 못 오는 아빠 대신 할머니를 돌볼 사람은 노현이뿐.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할머니 대소변을 처리하고, 아침을 챙겨드리고 등교하는 노현이.

온수기 고장으로 온수도 안 나오고, 물을 사용할 때마다 통에서 물이 비처럼 쏟아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할머니 면역력 약해질까 봐 수건으로 몸을 씻겨드리는 일도 잊지 않는다.

평범한 중학생처럼 공부하고 쉴 시간조차 부족한 하루. 그래서 노현인 사춘기만이라도 제발 자신을 피해 가길 바란다.

노현이에게 미안한 할머니와 아빠

동네에서 옷 수선을 하며 생계를 꾸렸던 할머니가 노현이를 키운 건, 이혼 후 혼자 손자를 돌보는 아들이 안쓰러워서였다.

올 초 항암치료를 시작한 후로 섬망 증상이 생기고 소변줄 생활에 거동도 쉽지 않은 할머니.

어린 손자에게 아픈 몸을 맡기는 것이 미안해 눈물 훔치는 날이 많아졌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어머니와 아들이 늘 마음 쓰이는 아빠. 철거전문업체에서 일하며 전국을 다니느라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집에 못 와 미안함이 더 크다.

아들 노현이 나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홀어머니를 모셨던 아빠. 막막함과 버거움은 친구들과의 일탈행동으로 이어졌고, 그때의 방황은 독이 되어 돌아왔는데.

결혼도 실패하고, 돈 벌겠다는 욕심에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날들이 후회스러운 아빠. 설상가상 우울증과 건강 악화로 일을 쉬면서 생긴 빚과 한 달 200여만 원의 어머니 간병인 비용을 갚기도 막막하다.

지금 어머니와 아들이 겪는 힘겨움이 자신이 과거에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업보 같아 괴롭고 죄송하다.

노현이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

여름 장마가 시작된 7월. 노현인 마음이 초조하다. 방 한 칸에 주방, 화장실이 전부인 협소한 월셋집.

세탁기조차 놓을 공간이 없어 매일 손빨래해 옥상에 말려야 하는데 비가 오면 그마저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현이 혼자선 감당 안 되는 일들을 도와주는 건, 노현이의 속사정을 아는 오랜 친구.

이불 빨래는 물론, 혼자 공부해야 하는 노현이에게 학원에서 배운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덕분에 힘든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온 노현인 전교 부회장까지 하며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데 혹여 사춘기가 찾아오면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질까 봐 걱정이다.

늘 어른스러운 노현이가 열다섯 살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아빠와 함께할 때다.

남들은 아픈 노모를 어린 아들에게 맡겨놓고 돌보지도 않는다며 아빠를 나무랄지 몰라도 할머니 병원비 대랴, 빚 갚으랴 혼자 전전긍긍하며 집도 없이 떠돌이 생활하는 아빠가 더 걱정인 노현이.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힘든 시간을 견디면 할머니도 건강을 되찾고 아빠와 함께 살날이 올 거라 믿는다.

방송일시 : 2024년 7월 13일(토) 18:00~18:55 KBS 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