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367회 거창하다, 우리의 봄날 – 경상남도 거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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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산세와 빼어난 경치가 예부터 뭇 시인과 묵객의 발길을 불렀던 경상남도 거창군. 숲과 계곡, 자연 속에 멈추고 쉬어가기 좋은 거창엔, 고향에 돌아와 다시 오색 빛 행복을 찾고, 활짝 핀 봄꽃처럼 봄날 같은 인생을 꽃피우는 사람들이 산다.

4월 25일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67회 ‘거창하다, 우리의 봄날 – 경상남도 거창군’ 편에서는 행복은 거창한 먼 이름이 아니라, 잊고 살았던 바로 옆에 있었음을 일깨워주는 거창에서 우리의 봄날을 따라 걸어본다.

거창의 인생 샷 명소, 해발 900m ‘거창별바람언덕’

‘넓고 큰 밝은 들’ 거창의 중심에는 해발 900m 고원, 거창별바람언덕이 있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웅장한 산줄기가 감싸 안은 이곳은 2022년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명산 핫 플레이스. 특히 누구나 장벽 없이 고원의 정취를 누릴 수 있도록 조성된 3.5km의 무장애 나눔길은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의 장이 된다. 거창 9경 중 하나인 이곳을 시작으로 거창 방문의 해를 맞아 거창의 명소들을 돌아본다.

노각나무와 사랑에 빠진 남자, 거창 모리산의 봄날

거창군 북상면 모리산, 깊은 골짜기와 맑은 물을 품은 이곳에는 노각나무의 고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긴 권영익(52) 씨가 산다. 14년 전 우연히 마주한 노각나무의 매력에 빠져 20만 제곱미터의 산을 통째로 사들인 그는, 20여 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해발 900m 산 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나무껍질이 비단처럼 고와 ‘금수목’이라고도 불리는 노각나무는 그에게 인생 2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영익 씨는 입산 이듬해부터 산 곳곳에 노각나무를 심어 자생지를 복원하는 한편, 잊혀가던 ‘노각차’의 맛을 재현해 내고 있다. 매끄러운 노각나무 줄기에서 품격 있는 노년의 얼굴을 본다는 그는, 일 년 중 찻잎이 가장 맛있는 단 열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잎을 따고 덖는다. 치열하고 숨 가빴던 도심의 삶을 발아래 두고, 인생의 벗 노각나무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일구는 권영익 씨. 곧게 뻗은 노각나무 사이에서 그는 생에 가장 거창하게 빛나는 봄날을 누리고 있다.

국수로 뭉친 가족, 아버지의 열정이 만든 40년 전통 오방색 국수

거창엔 40년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국수를 지켜온 이들이 있다. 김현규(79) 씨와 그의 가족들이다. 대기업 라면 공장을 다녔던 현규 씨는 1980년대 후반 국수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대형 자동화 공장의 물결 속에 위기를 맞았다. 그는 대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길을 찾기 위해 원물을 직접 가공해 색과 향을 입힌 ‘오방색 국수’를 개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옛날 방식 그대로 수차례 면을 일일이 되감아 쫄깃하면서도 잘 퍼지지 않는 면을 만들고, 볕 좋은 건조실에서 60시간 이상 느리게 말리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거기에 한라봉, 부추, 비트 등 자연의 재료가 지닌 색과 맛을 국수에 담았다. 현규 씨의 집념은 온 가족을 불러 모았다. 5년 전, 큰딸 김상희(50) 씨가 아버지 곁으로 와 정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아버지가 연구를, 딸과 사위들이 운영과 현장을 맡아 단단한 ‘가족 군단’을 이뤘다. 인생의 황혼기에 자식들과 함께 멈출 줄 모르는 도전을 이어가는 현규 씨에게 국수는 가족을 하나로 묶어준 끈이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힐링 명소 거창에서, 치열했던 어제를 지나온 아버지의 열정과 가족의 따뜻한 내일이 쫄깃하게 담겨 있는 위안의 국수 한 그릇을 동네한바퀴 이만기가 맛본다.

수몰됐던 땅에 다시 피어난 봄, 거창창포원

1988년 합천댐 준공으로 수몰되었던 땅을 생태 정원으로 일궈낸 희망의 터전, 거창창포원. 축구장 66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이자, 거창의 동서남북 힐링 명소를 하나로 잇는 남부권 관광벨트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현재는 100만 본 이상의 꽃창포를 중심으로 수변 습지와 초화원, 수목원이 함께 어우러진 대규모 생태 정원으로 자리 잡았다. 사계절 내내 피고 지는 꽃들은 과거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지역민들이 직접 심고 가꾼 결실이다. 그 노력에 힘입어 오는 5월부터 열리는 ‘거창에 On 봄축제’를 앞두고 꽃 잔치가 열렸다. 황강의 물안개와 이국적인 열대식물원이 어우러진 거창창포원은 수몰의 역사 위에 피워낸 가장 찬란한 봄을 선사한다.

강정에 피어난 꽃, 봄꽃 닮은 부부의 인생 2막

경남 거창군 마리면, 기백산 자락에는 고단했던 삶의 고비를 넘기고 달콤한 인생 2막을 일구는 신태식(67), 김민서(63) 부부가 살고 있다. 10여 년 전,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남편 태식 씨의 건강을 위해 남편의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부부의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꽃강정’이다. 평소 장모님이 만들어주시는 강정을 좋아했던 남편은 전통 방식 그대로 조청만을 사용해 바삭한 강정을 재현해 냈다. 여기에 아내의 섬세한 손길이 더해졌다. 아내는 직접 키운 팬지와 비올라 꽃을 압화로 말려 강정 위에 수놓았다. 은퇴 후의 무료함 대신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는 부부는 이제 강정 위에 피어난 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산다.

근심을 잊게 하는 거창의 절경, 수승대

덕유산 맑은 물길이 너럭바위를 감싸며 흐르는 거창의 풍경 명소 수승대. 삼국시대, 신라로 떠나는 백제 사신들이 돌아오지 못할까 근심하며 작별했던 ‘수송대(愁送臺)’는 1543년 퇴계 이황의 글 한 수에 힘입어 ‘근심을 잊고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간다’는 뜻의 수승대(搜勝臺)로 다시 태어났다. 계곡 중앙의 거북바위는 수승대의 든든한 수호자다. 바위 위에는 퇴계 이황과 갈천 임훈의 화답 시 등 선비들의 사유가 새겨져 있어 세월을 넘나드는 문학적 향기를 전한다.

김해 바다와 거창 산자락이 만난 한 상, 모자의 산양삼 생선구이

금원산자락 아래 고단했던 세월을 딛고 인생의 가장 따뜻한 봄날을 일구는 김권하(68) 씨와 아들 이도감(46) 씨가 산다. 서른다섯에 남편을 잃고 홀로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택시 운전부터 노점상까지 안 해본 일이 없던 권하 씨는 11년 전, 우연히 들른 거창의 풍경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어머니의 헌신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란 아들은 9년 전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거창으로 왔다. 아들은 어머니의 손맛에 거창의 색을 더했다. 거창의 산양삼을 활용해 생선을 숙성하고, 450도 화덕에 구워 내는 정성으로 ‘산양삼 생선구이’를 완성했다. 바다 마을 김해의 생선과 산골 거창의 영양이 아들의 열정으로 버무려진 셈이다. 굴곡진 삶의 이력을 한 상의 밥상으로 승화시킨 모자에게 거창은 치열했던 어제를 보상받는 안식처이자, 매일이 꽃처럼 피어나는 진정한 인생의 봄날이다.

반백 년 세월로 일궈낸 거창의 푸른 숲 – 유형열 독림가

남덕유산의 푸른 능선 위에는 반백 년의 세월 동안 헐벗은 산을 울창한 숲으로 일궈낸 유형열(88) 씨의 인생이 서려 있다. 1974년부터 50여 년… 열정과 집념의 시간들은 어느덧 80만 평의 대지에 140만 주의 나무가 뿌리 내린 거대한 녹색 성을 쌓아 올렸다. 촉망받던 대기업 연구원이었던 그는 해외 출장길에서 본 외국의 푸른 산과 대비되는 조국의 황폐한 산에 큰 충격을 받았다. 모국의 삭막한 산을 푸른 숲으로 가꾸고 싶었던 그는 산으로 들어와 50년 동안 낙엽송과 잣나무를 심었다. 아내 신연숙(81) 씨 또한 도시에서의 사업을 뒤로하고 남편과 함께 산으로 왔다. 형열 씨는 88세의 나이에도 매일 산을 오르며 숲을 돌본다. 전쟁의 상흔으로 헐벗었던 산을 푸른 생명력으로 채운, 거창의 울창한 산세만큼이나 깊고 단단한 노부부의 집념을 동네한바퀴가 만나본다.

해발 900m 모리산에서 노각나무와 함께 인생 2막을 여는 권영익 씨와 40년 전통 오방색 국수를 지켜가는 가족들의 열정적인 일상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거창의 웅장한 자연 속에서 저마다의 찬란한 봄날을 꽃피우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이목이 집중된다.

웅장한 산세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거창에서 펼쳐지는 이웃들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는 4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67회 ‘거창하다, 우리의 봄날 – 경상남도 거창군’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