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에 방송된 SBS Plus ‘시간추적자 설록’ 5회 ‘여전사, 금기를 깨다’에서는 박하선과 동유럽 역사 전문가 김철민, 전쟁사학자 남보람이 전쟁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여성 전사와 동물 영웅들의 기록을 살펴보는 과정이 공개됐다.
코드네임 ‘신시아’의 첩보전


이날 스페셜 게스트로는 군대 예능에서 활약하며 ‘여전사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박하선이 함께했다. 기존 전쟁사가 오랫동안 남성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기록돼 온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첩보 활동으로 전쟁의 흐름에 영향을 준 에이미 엘리자베스 소프, 코드네임 ‘신시아’의 이야기가 먼저 소개됐다.
신시아는 정식 스파이가 되기 전 사교 모임에서 폴란드 수학자들이 독일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영국 측에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정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비밀 정보 조직 BSC에 합류해 더 위험한 임무를 맡게 됐다.
워싱턴의 비시 프랑스 대사관 금고에 보관된 암호책을 확보하는 작전도 그중 하나였다. 신시아는 언론인으로 위장해 대사관 관계자인 샤를 브루스에게 접근했고, 비시 정부에 회의적이던 브루스의 협조를 이끌어낸 뒤 금고 안 암호책을 빼내는 계획을 진행했다.
작전 도중 경비원이 갑자기 들어오는 위기도 발생했다. 신시아는 브루스와 밀회 중인 것처럼 상황을 꾸며 의심을 피했고, 금고 전문가는 암호책을 꺼내 대기 인력에게 전달했다. 내용을 복사한 책은 다시 제자리에 놓였고 방송에서는 이 정보가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작전에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남장 폭탄병 밀룬카 사비치

제1차 세계대전 이야기에서는 세르비아 출신 밀룬카 사비치가 등장했다. 당시 여성으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인물로 기록된 그는 성별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한 채 군에 입대해 남성 병사들과 같은 전장에 섰다.
밀룬카 사비치는 전투 능력을 인정받아 최전선에서 폭탄병으로 활약했다. 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조국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여성의 참전을 받아들이지 않던 상황에서도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군인 집안에서 성장한 박하선은 이 대목에 특히 집중했다. 밀룬카 사비치의 선택과 전투 기록을 들은 그는 “참군인이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여전사의 행동을 바라보며 감탄을 이어갔다.
MC들도 밀룬카 사비치의 모습에 반응했다. 장항준은 “저보다 훨씬 남성성이 있다”고 말했고, 봉태규는 “싸우면 제가 질 것 같다”고 덧붙이며 압도적인 전투력을 설명하는 장면에 웃음을 더했다.
전장을 누빈 동물 병사 TOP3


사람만 전쟁의 숨은 영웅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썬킴은 기록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장의 동물 병사 TOP3를 꺼내며 폴란드군의 불곰 보이텍, 전서구 셰르 아미, 영국 해군 군함의 고양이 사이먼을 차례로 소개했다.
군부대에서 성장한 보이텍은 폴란드군에 정식으로 입대해 자신을 돌봐준 전우들과 함께 움직였다.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옮겨야 할 포탄 상자를 운반하는 역할까지 맡았고, 장항준은 큰 폭발음이 이어지는 전장에서 움직인 곰의 행동을 쉽게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서구 셰르 아미는 고립된 미군 병사들의 구조 요청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총상을 입고도 끝까지 전서를 전달하면서 194명의 미군 병사를 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소개돼 사람 못지않게 임무를 수행한 전서구의 기록을 보여줬다.
고양이 선원 사이먼은 101일 동안 고립된 군함에서 활동했다. 포탄 파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는 상황까지 겪었지만 군함 내부에서 쥐를 잡아 줄어드는 식량을 지켜냈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후 영국 해군 훈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하선의 6·25 참전 조부

동물 병사와 밀룬카 사비치의 공적을 접한 박하선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까지 꺼냈다. 박하선은 할아버지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고 밝혔으며 어렸을 때부터 자신도 군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 군대 예능을 통해 실제 군 생활을 경험했던 그는 군대가 자신의 체질과 맞았다고 돌아봤다. 당시 사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사격 선수를 해볼지 생각했을 정도였다는 경험까지 전해 밀룬카 사비치의 이야기에 집중한 배경을 더했다.
가족사의 마지막에는 6·25전쟁 참전 기록이 있었다. 박하선은 “저희 할아버지도 가족묘에 모셨었는데, 6·25전쟁에 참전한 공적(훈장)을 인정받아 현충원에 이장했다”고 밝히며 뒤늦게 공적을 인정받은 밀룬카 사비치의 삶에 자신의 할아버지를 겹쳐봤다.
전장의 동물들이 수행한 임무까지 모두 들은 뒤에도 놀라움은 이어졌다. 박하선은 “여기서밖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시간추적자 설록’은 정말 새로운 역사 프로그램”이라고 말해 이날 다룬 숨은 영웅들의 기록에 대한 인상을 남겼다.
밀룬카 사비치의 늦은 공적 인정이 6·25전쟁 참전 조부를 떠올리게 했고, 보이텍·셰르 아미·사이먼의 기록까지 박하선의 기억에 남았다. 이날 소개된 사람과 동물 가운데 가장 예상 밖의 전쟁 영웅은 누구였을까?
사진 : SBS Plus ‘시간추적자 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