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지나 회사로 향하던 공은태의 출근길은 로또 1등 당첨 이후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이준혁은 13억을 품고도 다시 회사로 향하는 공은태의 모습에서 20년 가까이 한결같이 현장으로 출근해온 자신의 시간을 떠올렸다.
20년 동안 이어진 이준혁의 출근길

이준혁이 그려낸 공은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캐릭터의 삶에 배우 자신의 20년 가까운 연기 행보가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2007년 데뷔한 이준혁은 한 작품의 성패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어느덧 50편 안팎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쉼 없이 다음 작품으로 향해온 그의 행보는 매일 같은 출근길을 반복하면서도 맡은 일을 놓지 않는 공은태와 묘하게 닮아 있다. 화려한 성공 뒤에도 또 다른 현장으로 향해야 했던 배우의 시간과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버틴 직장인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13억이 생겨도 다시 회사로

제작발표회에서 이준혁은 13억 로또 당첨자 공은태에게 공감한 이유를 자신의 배우 생활과 연결했다. 그는 “배우는 매 작품, 대박으로 인생이 바뀔까 생각할 때가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일은 계속해야 한다. 책임은 더 생기고, 팀원도 더 챙겨야 하는 그런 순간의 연속이다. 은태에게 가장 공감했던 건 은태는 본인의 일을 좋아하고, 저도 제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하기 때문에 버티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로또를 맞거나 말도 안 되는 대박이 난다고 해도 이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공은태 역시 인생을 단숨에 바꿀 만한 행운을 얻었지만 사직서부터 꺼내지 않는다. 당첨 전에는 버텨야 했던 출근이었지만 통장에 여유가 생긴 뒤에는 같은 사람과 같은 회사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걷는 공은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13억이라는 당첨금보다 그 돈을 품고 다시 출근하는 사람의 변화를 따라간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듯한 일상 속에서 마음가짐 하나가 달라지자 익숙했던 회사와 동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하기 시작한다.
이준혁이 20년 가까이 수많은 작품을 거치면서도 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듯 공은태도 예상하지 못한 행운 뒤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다는 두 사람의 선택이 캐릭터와 배우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로또 당첨 전과 후에도 공은태가 걷는 길은 같은 출근길이지만 그 길을 바라보는 마음은 더 이상 같지 않다. 20년 동안 끊임없이 현장으로 향해온 이준혁의 시간이 13억을 품고 다시 회사로 향하는 공은태의 출근길에 어떤 깊이를 더할까?
결국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보여주는 변화는 회사를 그만두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같은 출근길을 다시 걷게 된 공은태가 그 길을 이전과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지가 이준혁이 완성할 인물의 핵심이다.
사진 :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