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우린 요트에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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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으로 가는 우리 집 '리전드(LEEGEND)'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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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의 한 요트 정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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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곳에 닻을 내린 요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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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리전드(LEEGEND)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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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들이 전설을 만들어보자’ 야심 찬 각오를 배 이름에 담았다는데

이 요트에 승선한 이들은 이우석(46), 이다리(39) 부부와

다인(16), 다우(14), 우빈(12), 로빈(11) 여섯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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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요트 타고 세계를 누비면서

이름 그대로, ‘가족의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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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네 개, 화장실도 네 개. 주방도 널찍하고, 냉장고부터 인터넷 수신기까지

갖출 건 다 갖춘 요트에 딱 하나 없는 게 바로 세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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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으면 온 가족이 갑판에 나와서 손빨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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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식구에게 요트는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는 보금자리

‘바람으로 가는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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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대회가 열린 날, 통영에서 매물도로 향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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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석 씨는 배의 키를 잡고,

엄마, 다리 씨와 아이들은 로프 정리하고, 장애물 살피며 일사불란, 항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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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섬에 도착해서는 눈을 반짝이며 동네 구경을 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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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외국에서 놀러 온 관광객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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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부부는 20년 만에 모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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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태어나 처음, 한국 땅을 밟아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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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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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에서 한국까지, 요트 타고 48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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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 씨와 다리 씨는 스물한 살 무렵,

각각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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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후, 일식집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우석 씨,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온 다리 씨에게 첫눈에 반했고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연애 4개월 만에 부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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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을 낳고, 우리 식당도 열고,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틈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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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면 온 식구가 짐을 꾸려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떠났고

그러다 ‘세계 여행을 떠나보자’ 꿈을 갖게 됐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요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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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식당과 집을 모두 정리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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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온 식구가 함께 그리스로 넘어가 중고 요트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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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면허를 따고 공부도 하며 준비를 마친 여섯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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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들만의 항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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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튀르키예, 이집트에서 지부티로, 다시 스리랑카 말레이시아로

10개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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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중엔 물은 바닷물을 정수해서 쓰고, 전기는 태양열로 충당하는데

요트에서의 생활이 뭍에서처럼 안락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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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번개가 쩍하고 갈라지고, 폭풍우가 지나갈 땐 간담이 서늘하지만

비구름이 걷히면, 요트를 따라 춤을 추는 돌고래 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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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계획했던 여정의 절반을 돌았고, 한국에서 숨을 고른 후

다시 바다로 나가, 세계 여행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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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를 덮친 질풍노도, 사춘기가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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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16), 다우(14), 우빈(12), 로빈(11) 4남매에게

한국은 제일 가고 싶은 나라, 일 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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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계 여행을 결심했을 때,

1차 여행의 종착지로 한국을 선택했고, 서너 달 정도 길게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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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형제는 축구 교실에도 등록해서 친구들과 신나게 땀을 흘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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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즐거운 동생들과는 달리

첫째 다인이는 저기압, 툭하면 엄마 아빠와 냉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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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이는 열여섯, 한창 친구가 좋을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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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족 여행을 떠나온 터라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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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 모두, 캐나다 학제에 맞춰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지만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니 그 또한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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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한국에 온 후로, 온라인으로 사귄 친구를 만난다고 툭하면 요트를 나서고

약속이 없을 때는 혼자라도 시내 구경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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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딸을 위해서 엄마 아빠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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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 끝에 다인이가 다닐 수 있는 고등학교를 알아봤고

결국 학교 측에서 학생으로 받아주겠다,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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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까지 맞춰 입고 첫 등교를 앞둔 다인이,

그토록 원하던 친구들도 만나고, 함께 공부도 할 수 있게 된다니

다인이의 마음은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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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항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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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유난스레 청소에 공을 들이는 다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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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시부모님이 찾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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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요트 타고 세계여행을 가겠다, 결심을 전했을 때

울고불고 결사반대를 외쳤던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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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릴까, 고민이 깊었던 우석 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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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에서 근사한 식사도 대접하고, 그림 같은 노을도 보여드리는데

애쓰는 아들 며느리,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손주들 모습에

그간의 막연한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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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트 재정비를 위해 마산으로 향하는 여섯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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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우리 배, 바닥에 붙은 따개비와 묵은 때를 닦아내고

페인트도 새로 칠하며 단장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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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끝난 뒤엔, 바다에서 조개를 잡고 수영도 하며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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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꿈만’ 꿔보는 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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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식구는 그 꿈에 돛을 달고, 망망대해로 나섰고

떠난 자들만 느낄 수 있다는 ‘진짜’ 행복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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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은 여행에서 어떤 일들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하나 분명한 건

그 모든 여정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헤쳐 나가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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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들이 만드는 기적, ‘리전드 호’

바람으로 가는 집은, 오늘도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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