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8일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49회 ‘그래도 빛날 윤미 2부’에서는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 속에서도 바이올린을 놓지 않는 김빛날윤미 씨와 곁을 지키는 가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람을 살리는 연주자’가 삶의 목표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빛날윤미 씨(34)는 매주 기차역에서 버스킹을 하고 양로원을 찾아 무료 공연을 펼친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연주를 계속하는 것이 그가 오래 품어온 방향이다.
곁에는 파일럿 출신 작가인 남편 오현호 씨(42)와 사랑스러운 딸, 아들이 있다. 가족과 음악이 함께하는 일상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만큼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눈의 이상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 달 반 전 오른쪽 눈이 퉁퉁 붓고 통증이 생기더니 블라인드를 친 듯 시야가 흐려졌다.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고, 자가면역 질환이나 시신경염, 종양 가능성까지 여러 설명을 들어야 했다.
20대 초반에는 왼쪽 눈에도 비슷한 증세가 생겼다. 여전히 왼쪽 시야가 흐린 가운데 오른쪽 눈까지 불편해지면서 두 눈 모두 편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시력이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말은 두 아이를 둔 엄마에게 더 큰 두려움이었다.
‘혹시 아이들 얼굴을 못 보게 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눈물이 쏟아진다. 그러다가도 김빛날윤미 씨는 ‘그래도 손이 아니라 눈이라서 다행이야, 연주는 할 수 있겠네’라며 웃는다. 남편도 혀를 내두를 만큼 긍정적이다.
멈춰 있기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 윤미 씨의 마음이다. 친정어머니는 딸이 아프다는 소식에 달려와 아이들과 살림을 돌보고, 오현호 씨는 강연까지 미루며 병원을 알아보고 운전이 어려워진 아내의 기사가 된다.
갑자기 드리운 먹구름 속에서도 가족과 꿈은 그대로 남아 있다. 김빛날윤미 씨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바이올린이 있는 한 자신의 연주를 멈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일상을 이어간다.
기차역 버스킹과 양로원 무료 공연을 이어온 이유도 같은 곳에 닿아 있다. 바이올린이 자신의 성취만을 위한 악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고, 눈의 이상이 생긴 뒤에도 그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올해 7월 오른쪽 눈에 이상이 생겼다. 눈을 맞은 것처럼 퉁퉁 붓고 아프더니 눈동자에 블라인드를 친 듯 시야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입원해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하나의 원인으로 결론나지는 않았다.
한 병원에서는 자가면역 질환 가능성을 들었고, 다른 병원에서는 시신경염이나 종양 가능성도 언급됐다. 앞으로 시력이 얼마나 회복될지, 반대로 더 나빠질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스무 살 무렵 왼쪽 눈에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났고 그 뒤로 시야가 흐린 상태였다. 오른쪽 눈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필수적인 악보를 보는 일도 이전처럼 빠르고 자연스럽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번개처럼 보고 지나갔던 음표를 이제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한참 들여다봐야 한다. 눈의 불편함은 단순히 일상에만 머물지 않고, 오랫동안 몸에 익혀온 연주 방식에도 직접 변화를 만들었다.
아이들과 큰맘 먹고 떠난 울릉도 여행에서도 통증은 따라왔다. 도착하는 날부터 눈이 아파 아이들과 마음껏 놀아주지 못했고, 평소 누구보다 긍정적인 윤미 씨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감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혹시나 우리 아이들 얼굴을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연주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엄마로서의 두려움도 컸다. 눈앞의 불편함보다 앞으로 사랑하는 얼굴을 볼 수 있을지가 더 절실한 문제였다.
해맑은 아내를 지키는, 열혈 기사


아이들 생각에 눈물을 흘리다가도 윤미 씨는 ‘손이 아니고 눈이라서 얼마나 다행이야, 연주는 할 수 있잖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마냥 해맑게 다시 움직이는 아내를 위해 이번에는 남편 오현호 씨가 나섰다.
오현호 씨는 고등학생 때 수능 7등급의 피자집 아르바이트생이었다가 뒤늦게 비행기 조종사가 됐다. 250킬로미터 사막 마라톤을 해냈고 배낭을 메고 45개국을 누볐다. 지금은 인생 멘토이자 강연자로 활동한다.
전국을 다니며 강연하던 그는 아내에게 눈 문제가 생긴 뒤 일정을 미루고 전담 기사 역할을 맡았다. 아내가 어떤 병을 앓는지 밤낮으로 찾아보고 병원 예약을 잡으며 진료와 입원 때마다 곁을 지킨다.
윤미 씨가 집을 비우면 두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것도 오현호 씨의 몫이다. 아내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라는 사실을 알기에, 연주를 계속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빈자리를 채운다.
운전이 어려워진 아내 대신 이동을 책임지는 일도 자연스럽게 남편의 몫이 됐다. 진료와 입원, 공연과 여행까지 필요한 순간마다 곁에 붙어 있으면서 윤미 씨가 눈의 불편함 때문에 일상 전체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다.
울릉도와 독도에서도 아내가 설 무대를 마련하고 공연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봤다. 무대가 끝나면 ‘오늘 연주가 최고로 감동적이었어’라는 감상평도 잊지 않는다. 아내가 연주자로 서는 시간을 지키는 방식이다.
눈이 아프기 시작한 뒤 처음 맞은 아내의 생일에는 커다란 꽃다발과 손편지를 준비했다. 병원을 알아보는 일부터 육아와 운전, 연주 응원까지 오현호 씨의 하루는 아내가 다시 자신의 삶을 이어가도록 돕는 데 맞춰져 있다.
시련이 닥쳐도 ‘내 이름은 빛날 윤미!’


김빛날윤미라는 이름은 예명이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진실로 아름답게 빛나라’는 뜻을 담아 지어준 본명이다. 아버지는 딸이 바이올린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윤미 씨는 그 뜻을 따라 요양원과 장애인시설을 찾아 무료 봉사 연주를 이어왔다. 눈이 불편해지고 독한 약 때문에 몸 상태가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친정어머니는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딸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일곱 살과 다섯 살 손주를 돌보고, 저녁에는 딸과 함께 황토 공원으로 나가 맨발 걷기를 한다.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자 멈칫했던 꿈도 다시 움직인다. 윤미 씨는 아버지가 암 투병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찾아가 연주를 들려주고, 작은 영화지만 난생처음 배우로 얼굴을 비추는 새로운 경험에도 나선다.
시력 문제로 이전과 같은 속도로 악보를 볼 수 없고 약 때문에 몸도 지치지만, 윤미 씨에게 멈추는 선택은 아직 없다. 가족이 아이들을 돌보고 이동을 돕는 시간은 곧 그가 연주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뀐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시련이 찾아왔지만 이름에 담긴 뜻은 그대로 남아 있다. 아무도 꺼뜨릴 수 없는 긍정의 빛이 자신 안에 있다고 믿으며, 윤미 씨는 다시 바이올린을 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이어가기로 한다.
2부 줄거리


눈의 이상으로 일상이 달라진 김빛날윤미 씨를 돕기 위해 친정엄마 명자 씨가 부산에서 한달음에 올라온다. 딸의 눈이 불편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곁으로 온 어머니는 손주를 돌보는 일뿐 아니라 윤미 씨의 하루에도 함께한다.
밤이 되면 모녀는 황토밭을 함께 걷는다. 이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신 호국원을 찾아간다. ‘빛날 윤미’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연주로 사람을 위로하기를 바랐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모녀가 같은 시간을 나눈다.
윤미 씨는 다시 바이올린을 들고 해수욕장 버스킹을 준비한다. 눈이 불편해도 연주는 멈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나설 준비를 하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병과 가족에 대한 걱정을 안고도 연주를 계속해온 윤미 씨에게 해수욕장 버스킹은 또 하나의 도전이다. 친정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간 뒤 준비한 무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친정엄마 명자 씨와 황토밭을 걷고 아버지가 계신 호국원을 찾은 뒤 해수욕장 버스킹에 나서는 이야기는 9월 8일 화요일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 6449회 ‘그래도 빛날 윤미 2부’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