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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누구도 자신의 노래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던 시절을 지나온 데이먼스 이어가 이제는 관객의 떼창 한가운데 섰다. 8월 12일 방송된 EBS1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나의 이름은’에서는 데이먼스 이어와 놀이도감이 각자의 이름으로 음악을 시작하고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온 시간을 라이브와 함께 풀어냈다.

투명 인간 같던 무명, ‘재워’와 ‘Busan’으로 연 무대

먼저 무대에 오른 데이먼스 이어는 평소 공연에서 자주 부르지 않던 ‘재워’와 ‘Busan’을 골라 담담하게 공연의 문을 열었다. 감정을 크게 부풀리기보다 자신의 목소리와 노래가 가진 결을 차분하게 들려주면서 이후 이어질 이야기에 관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그는 지금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기 전, 변두리의 지하 술집에서 노래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곡을 계속 만들어도 누구 하나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아무리 곡을 써도 누구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노래를 만드는 일은 계속됐지만 그것을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런 시기를 견딘 끝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이 열렸고, 객석에서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비로소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yours’ 떼창이 바꾼 데이먼스 이어의 이름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무명 시절의 이야기에 이어 대표곡 ‘yours’가 시작되자 객석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노래의 익숙한 흐름을 따라 관객들이 목소리를 보태기 시작했고, 한때 아무도 자신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느꼈던 뮤지션 앞에서 뜨거운 떼창이 터져 나왔다.

데이먼스 이어에게 관객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단순한 호응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자신의 이름으로 공연을 열었을 때 처음 느꼈던 출발의 감정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스페이스 공감’의 가까운 객석과 다시 맞닿으며 무명 시절과 현재를 한 무대에 겹쳐놓았다.

공연을 이어가던 그는 10년 전의 자신에게도 말을 건넸다. “좋은 음악이면 누군가는 분명히 들을 테니 너무 잠겨있지 말라”며 당시의 자신에게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말을 건넸고, 앵콜곡 ‘죽지 않은 연인에게’로 무대를 마무리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리카겔 밖에서 찾은 김춘추의 또 다른 이름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EBS 스페이스 공감 1714화 데이먼스 이어 'yours', 무명 끝에 터진 떼창

이어진 무대의 주인공은 밴드 실리카겔 김춘추의 솔로 프로젝트 놀이도감이었다. 경쾌한 ‘무지개’로 분위기를 전환한 그는 한 밴드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때 느끼는 자신과 놀이도감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 때 드러나는 자신이 같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놀이도감은 “‘실리카겔’ 안의 ‘나’와 ‘진짜 나’는 또 다르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실리카겔이 지향해온 록과 사이키델릭한 방향을 잠시 벗어나 자신이 본래 좋아하는 음악을 들여다보자 포크와 어쿠스틱한 영역이 더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의 밴드에서 쌓아온 음악적 경험을 지우는 대신 그 바깥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놀이도감의 음악으로 이어졌다. 실리카겔 김춘추와 놀이도감 김춘추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면서 각자의 음악적 색을 드러내는 이유도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혼자 만든 음악에서 함께 완성한 ‘Truthbuster’

놀이도감은 마이크 테스트를 위해 흘러나온 드럼 비트에서 출발해 오랜 시간 다듬은 정규 2집 타이틀곡 ‘Truthbuster’로 공연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혼자 작업하는 비중이 컸던 이전 작업과 달리 이날에는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면서 곡의 에너지와 밴드 사운드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연주자들과 호흡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감정을 발견했다. 친구들이 지금 이 순간의 연주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며,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놀이도감’이라는 이름을 붙이길 잘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현장의 관객들을 부러워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뒤에는 라이브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놀이도감은 ‘iwassolo’, ‘Spirit#2’, ‘Bucket Brigade’ 등으로 세트를 이어가며 혼자 만든 곡이 무대 위 여러 연주자의 손을 거쳐 더 큰 밴드 사운드로 변하는 과정을 들려줬다.

방송 말미에는 다음 무대의 주인공으로 독보적인 음색과 퍼포먼스를 가진 LIM KIM과 윤다혜가 예고됐다. 두 사람 역시 자신의 이름과 음악을 어떻게 무대 위에 펼쳐낼지 새로운 라이브가 이어질 예정이다.

작은 지하 술집에서 아무도 자신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느꼈던 데이먼스 이어 앞에서 이제 관객들은 ‘yours’를 함께 불렀다. 그의 이름을 가장 선명하게 남긴 순간은 무명 시절의 고백이었을까, 객석을 채운 떼창이었을까?

누구도 듣지 않는다고 느꼈던 시간을 지나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과 마주한 데이먼스 이어의 변화는 ‘나의 이름은’이라는 이날 무대의 주제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줬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