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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8월 14일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에서는 10년 만에 형들과 낚시에 나서 잠시 숨을 고른 홍순업 씨가 노을 진 바닷가에서 아내 이영자 씨에게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단 한 가지 바람을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된다.

제주시의 작은 국밥집에서 홍순업 씨(66)는 새벽마다 아내 이영자 씨(64)의 손을 잡고 하루를 시작한다. 차 문을 먼저 열어주고 아침까지 챙겨 먹인 뒤 내장을 손질하고 육수를 끓이며 영업을 준비하지만, 그 시간에도 시선은 식당 한편 간이침대에서 잠든 아내에게 향한다. 영자 씨가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뒤부터 장사와 돌봄은 순업 씨에게 따로 나눌 수 없는 하루가 됐다.

어리광을 부리다가도 금세 토라지고, 흥이 나면 노래를 부르는 영자 씨의 모습은 세 살 아이처럼 천진하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어 순업 씨는 늘 아내의 움직임을 살피지만, 불안 때문에 아내를 다그치기보다 손을 잡고 다시 옆자리로 데려온다. 기억이 조금씩 멀어지는 시간 속에서도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하루는 그렇게 이어진다.

순업 씨 곁에는 첫째 형 순갑 씨(75)와 넷째 형 순일 씨(68), 형수님들이 있다. 6남매의 막내인 동생을 따라 제주로 내려온 형들은 영자 씨와 산책하고 집으로 불러 밥을 챙기며 돌봄을 나눈다. 형수님들도 동서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 순업 씨가 가게 일에 집중하거나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만들어준다.

서울의 한 공장에서 처음 만나 47년을 함께한 부부에게 가난하고 힘들었던 젊은 날도 함께 견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쌀통이 비었던 날에도, 순업 씨가 직장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에도 영자 씨는 씩씩하게 남편 곁을 지켰다. 이제 그 시간을 아내가 하나씩 잊어가자 순업 씨가 바라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영자 씨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일이다.

내 아내는 ‘빠삐용’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제주시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순업 씨의 하루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영자 씨, 어디 가요!”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올 만큼 영자 씨는 틈만 나면 가게 밖으로 향하고, 순업 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곧바로 뒤따라 나선다. 아내가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국밥집 주방과 가게 앞 골목은 장사하는 공간인 동시에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는 생활의 무대가 됐다.

두 사람은 47년 전 서울의 한 공장에서 만났다. 예쁘고 인기가 많았던 제주 아가씨 영자 씨에게 경상도 총각 순업 씨가 첫눈에 반했고, 두 사람은 스무 살과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뒤 영자 씨의 친정이 있는 제주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넉넉하지 않았던 형편 속에서도 생선 장사와 고물상, 전분 공장, 국밥집까지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가리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영자 씨는 야무지고 당찬 성격으로 가족의 생활을 앞장서 꾸렸다. 20년 넘게 국밥집을 맡아 손님을 맞고 살림을 이어온 사람도 영자 씨였지만, 지금은 순업 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자신을 만나 아내가 고생만 한 것 같다는 미안함이 남아 있는 순업 씨에게 주방을 지키는 일은 생계를 이어가는 일인 동시에 아내가 해온 시간을 대신 품는 일이기도 하다.

아내를 돌보며 장사까지 해야 해 하루 24시간 마음을 놓기 어렵지만 영자 씨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거나 노래와 춤에 신이 나면 순업 씨의 표정도 풀린다. 금세 토라졌다가도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다시 웃는 아내를 보며 순업 씨는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과거의 기억이 흐려져도 지금 눈앞에서 웃는 영자 씨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둘도 없는 특별한 단짝, 제수씨와 시아주버님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가게를 뛰쳐나온 영자 씨가 밖에서 한 남자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서고, 영자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시아주버님 순갑 씨다. 바로 옆집에 사는 첫째 형 순갑 씨는 가게 일을 거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일 영자 씨와 걷고 노래하며 동생 대신 곁을 지킨다.

넷째 형 순일 씨도 제주에 가까이 살면서 동생 부부에게 힘을 보탠다. 요리사 출신인 순일 씨는 형제들을 집으로 불러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음식을 만들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자 씨에게 따뜻한 한 끼를 챙긴다. 영자 씨가 시아주버님의 배를 만지며 “사랑해요~”라고 말할 만큼 서로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면서, 아프기 전이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특별한 단짝 관계도 만들어졌다.

형수님들의 손길도 빠지지 않는다. 과일을 깎아 먹이고 목욕을 돕고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 영자 씨가 생활 속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살핀다. 시댁 식구라는 거리보다 함께 한 사람을 지키는 가족이라는 마음이 앞서고, 돌봄이 한 사람에게만 몰리지 않도록 산책과 식사, 씻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나눠 맡는다.

육지에 사는 셋째 형 순종 씨가 제주에 오는 날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린다. 1년 만에 마주하는 셋째 아주버님을 영자 씨가 기억해 낼 수 있을지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는 기억은 흐려지고 있지만, 형제들은 영자 씨가 알아보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자리에 모여 시간을 함께 보내며 새로운 하루를 쌓는다.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

늦은 밤 부부를 찾아온 사람은 아들 성표 씨(44)다. 영자 씨는 아들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반기지만 끝내 이름은 떠올리지 못한다. 반가운 감정은 남아 있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의 이름이 기억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순업 씨와 성표 씨는 영자 씨의 변화가 더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요즘 부쩍 말수가 줄고 하루가 다르게 기억이 흐려져도 순업 씨는 낙담하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이어간다. 뇌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기고, 저녁이면 식탁에 마주 앉아 한글 공부를 하며 가족들의 이름을 다시 써보게 한다. 다른 이름을 엉뚱하게 적는 날에도 ‘홍순업’ 세 글자만은 또박또박 적는 영자 씨를 보면 순업 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른 건 다 잊어도, 홍순업은 잊으면 안 돼요.” 언젠가 아내가 자신까지 알아보지 못할 날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순업 씨가 붙잡는 것은 오늘이다. 아내에게 같은 이름을 묻고, 먹을 것을 챙기고, 손을 잡아 산책을 나가며 그날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오기를 바란다.

산책을 좋아하는 영자 씨를 위해 바다로 나간 날에는 부부가 모래사장에 나란히 이름을 적는다. 파도가 들어와 글자를 지우면 다시 쓰고, 또 사라지면 다시 적는다. 모래 위 이름이 지워질 때마다 몇 번이고 다시 써 내려가는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는 아내의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붙잡고 싶은 순업 씨의 마음과 겹쳐진다.

5부 줄거리

마지막 이야기에서 순업 씨는 10년 만에 형들과 낚시에 나선다.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아내의 움직임을 하루 종일 살피던 순업 씨에게 형제들과 바다로 나가는 시간은 쉽게 만들기 어려웠던 휴식이다. 오랜만에 낚싯대를 드리운 형제들은 바닷가에서 함께 회를 떠먹으며 모처럼 가게와 돌봄의 긴장에서 한발 물러나 같은 바람과 풍경을 나눈다.

순업 씨가 형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영자 씨의 곁은 비지 않는다. 큰 형수 금자 씨가 동서를 씻기고 필요한 것을 챙기며 순업 씨 대신 살뜰히 돌본다. 그동안 순갑 씨와 순일 씨, 형수님들이 산책과 식사, 목욕을 나눠 맡아온 가족의 돌봄이 있기 때문에 순업 씨도 10년 만의 낚시에서 잠시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가족에게 맡기고 쉬는 시간조차 아내와 떨어진 완전한 휴식이라기보다 다시 영자 씨 곁으로 돌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에 가깝다. 순업 씨가 매일 국밥집 문을 열고 아내를 살피는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나누는 형제들과 형수님들의 손이 함께하고 있다. 47년 부부의 사랑 뒤에 한 가족이 만든 울타리가 있다는 사실이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다시 드러난다.

낚시를 마친 뒤 순업 씨와 영자 씨는 노을이 내려앉은 바닷가를 함께 걷는다. 젊은 날 가난과 실직을 함께 버티고 생선 장사와 고물상, 전분 공장, 국밥집을 거치며 살아온 세월을 지나 이제는 한 사람의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는 시간을 마주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발을 맞춘다.

순업 씨가 아내에게 전하는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다른 기억이 하나둘 사라지더라도 함께 47년을 살아온 남편 홍순업이라는 이름만은 잊지 말아 달라는 한 가지다. 아들의 이름까지 떠올리지 못하는 날이 찾아왔고 과거의 시간도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영자 씨가 ‘홍순업’ 세 글자를 적던 순간처럼 자신의 존재만은 아내의 기억 한편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란다.

파도에 지워져도 다시 쓰던 이름처럼 순업 씨는 아내의 기억이 흐려질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다시 건네며 곁을 지킨다. 47년을 함께한 영자 씨는 노을 진 바닷가에서 건넨 남편의 단 한 가지 바람을 얼마나 오래 품어줄까?

10년 만의 형제 낚시로 잠시 숨을 고른 뒤 노을 진 바다에서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마음을 전하는 홍순업 씨와 이영자 씨의 마지막 이야기는 8월 14일 금요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32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5부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