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동물농장 1291회 백자박물관의 인턴 호야의 승진 도전기

TV 동물농장 1291회 백자박물관의 인턴 호야의 승진 도전기

10월 11일에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 1291회에서는 강원도 양구 백자박물관의 고양이 호야가 3년 차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승진하기까지의 하루가 그려졌다.

백자박물관의 3년 차 인턴 호야

박물관에서 생활한 지 3년째인 호야는 직원들에게 ‘호인턴’으로 불린다. 개관 준비가 한창인 오전, 직원들의 회의가 끝나자 누군가 호인턴을 찾았고, 이름을 들은 고양이가 나타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름만 인턴일 뿐 체험관과 전시관, 작업실을 익숙하게 드나드는 박물관의 막내 직원이다.

호야라는 이름은 호랑이를 닮은 털무늬에서 비롯됐다. 박물관은 체험관 입구에 호야의 사진과 안내문을 붙여 방문객에게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 고양이를 어려워할 손님을 고려한 조치였다.

아침부터 정해진 공간에 머물기보다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을 두루 돌아다녔다. 직원들은 호야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루 일과를 함께하는 동료처럼 대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시간에도 호야가 자연스럽게 끼어들 정도로 박물관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린이 백자 체험에 동참한 호인턴

호야의 첫 근무지는 백자 만들기 수업이 열리는 체험관이었다. 장덕진 학예사를 졸졸 따라다니던 호야는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도자기를 만드는 동안 책상 위에 놓인 흙반죽 쪽으로 다가가 수업을 지켜봤다. 어린이들 틈에 들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체험관의 일상이 됐다.

아이들은 호야의 발도장을 도자기에 남기며 각자의 작품을 꾸몄다. 흙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이 백자 체험의 특별한 추억이 된 것이다. 박물관에 다시 와서 호야부터 찾는 어린이 관람객이 있을 만큼 체험관에서의 인기도 컸다.

체험 수업을 마친 뒤에도 관람객을 향한 호야의 관심은 계속됐다. 손님이 쓰다듬으면 편안하게 몸을 맡겼고, 사람들을 따라 전시관으로 들어가 작품 앞에 멈춰 서기도 했다. 주요 전시품을 살피는 관람객 곁에 함께 머물며 마치 작품을 안내하는 직원처럼 행동했다.

전시관을 찾은 이들은 고양이를 만나 뜻밖의 안내를 받는 셈이었다. 호야에게는 체험관에서 아이들과 어울리고, 전시 공간에서 손님을 맞는 일이 모두 익숙한 하루였다. 정식 사원증이 없어도 박물관 사람들과 관람객은 이미 호야를 직원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마 속에 들어갔다가 그을음 범벅

하지만 능숙한 안내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체험관을 벗어난 호야는 도자기를 굽는 작업장으로 향하더니 가마 안으로 들어가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근무지를 잠시 이탈한 인턴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잠시 뒤 밖으로 나온 호야의 몸에는 검은 그을음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를 발견한 장덕진 학예사는 서둘러 물티슈를 가져와 털을 닦아주며 수습에 나섰다. 체험관과 전시관에서 의젓하게 손님을 맞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엉뚱한 행동이었다.

고영희와의 이별 뒤 찾아온 호야

호야가 박물관 가족으로 자리 잡기 전에도 직원들에게는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이 있었다. 정두섭 관장은 과거 길고양이 ‘고영희’를 함께 돌보며 박물관의 식구로 받아들였다고 이야기했다. 갈 곳 없던 고양이를 보살폈던 만큼 헤어진 뒤의 상실감도 컸다.

고영희가 쓰던 방석도 그대로 남았다. 장덕진 학예사는 양구 백토로 고영희 조각을 만들어 방석 위에 두었다. 떠난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을 간직한 채 다음 인연을 기다렸던 것이다.

한 번 이별을 겪은 직원들에게 다른 고양이를 맞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박물관 주차장에 치즈색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잠깐 머물다 떠날 것으로 여겼지만, 이 고양이는 다음 날에도 자연스럽게 박물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 고양이가 바로 호야였다. 우연한 방문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고, 호야는 직원들과 함께 지내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앞서 고영희를 돌봤던 사람들은 새로운 고양이의 등장을 계기로 다시 일상 속에서 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게 됐다.

늦은 밤 물레 곁을 지킨 동료

박물관 업무가 끝나도 호야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장덕진 학예사가 작업실에서 도자기를 만들며 물레를 돌리는 동안 옆에 머물러 작업을 지켜봤다. 때로는 발로 점토를 건드려 도자기에 자기만의 흔적을 남기는 일도 있었다.

혼자 늦은 시간까지 작업해야 할 때도 장 학예사 곁에는 호야가 있었다. 장 학예사는 호야가 함께 있어 마음이 든든하고 외로움이 덜어진다고 말했다. 사람의 작업에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와 홀로 도자기를 만드는 학예사가 서로에게 익숙한 동반자가 된 모습이었다.

사료 한 포와 츄르 30개의 정직원 승급식

마침내 정두섭 관장은 호야가 그동안 체험관과 전시관, 작업실에서 여러 역할을 해왔다며 정직원 승급을 발표했다. 개관 전부터 손님을 맞고 어린이 수업에 동참했던 3년 차 호인턴이 정식 직원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계약 기간은 ‘오늘부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날까지’로 정해졌다. 월급으로는 사료 한 포와 츄르 30개가 책정됐고, 호야는 발도장을 찍은 뒤 사원증까지 받았다. 인턴 시절의 ‘호인턴’이라는 별명은 그렇게 ‘호사원’으로 바뀌었다.

길고양이로 박물관을 찾았던 호야는 그곳에서 쉴 자리와 함께 지낼 사람들을 얻었다. 직원들에게도 호야는 체험관과 전시관에 웃음을 더하고 늦은 작업 시간을 함께 보내는 소중한 동료가 됐다. 정직원 승급식은 이 고양이가 이미 박물관 식구였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사원증을 받기 전부터 호야는 아이들과 도자기 수업을 함께하고 직원들의 작업실을 지켜왔다. 사료 한 포와 츄르 30개를 월급으로 받는 ‘호사원’의 승진 장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