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빌린 집을 고쳐 살기로 했습니다

6월 9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철거 전까지 빌린 집을 고쳐 쓰는 공간 디자이너의 빨간 벽돌집과,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자기 색으로 바꿔 사는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암반 품은 빨간 벽돌집

서울 중구에는 130개의 계단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집이 있다. 시작부터 쉽지 않지만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 눈길을 사로잡는 빨간 벽돌집이 나타난다.

찾는 과정부터 쉽지 않은 이 집은 내부로 들어가면 더 놀라운 장면을 보여준다. 집 안에는 사람들을 압도할 크기의 거대한 암반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집의 세입자는 1세대 공간 디자이너이자 전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강신재 씨다. 그는 국내 상업 공간 디자인뿐 아니라 각종 국제 비엔날레의 전시 예술감독으로도 이름을 알려왔다.

공간 디자인 대가인 신재 씨의 눈길을 끈 것은 4년간 방치됐던 빨간 벽돌집이었다. 지인이 재테크를 위해 사서 방치해 둔 이 공간은 그동안 자신만의 공간이 없던 신재 씨에게 첫 공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방치된 집을 고쳐 쓰는 방식

신재 씨는 철거될 때까지만 월세를 내며 자유롭게 고쳐 쓰겠다는 조건으로 이 집을 빌렸다. 집 안 곳곳에는 그의 감각이 담겨 있다.

지금은 유럽의 스튜디오처럼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공간이 됐지만, 처음에는 4년 동안 곰팡이가 창궐한 상태였다. 곧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밑바탕에 큰돈을 들이지 않기로 한 신재 씨는 목공 대신 수성 페인트를 선택했다.

덕분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벽과 천장은 깔끔하게 마감됐다. 천장을 철거한 뒤 드러난 구멍과 벽돌은 감추지 않고 그대로 살려 공간의 개성을 더했다.

단열은 따로 보강하지 않아 한겨울에는 옷을 겹겹이 입고 지내야 하지만, 신재 씨에게 이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집의 속내까지 드러낸 그는 노출 배관을 감추기 위해 새하얀 화장실에 수석들을 놓아 디자인과 실용성을 함께 잡았다.

풍경이 만든 첫 공간

신재 씨가 이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는 서울의 명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경이다. 원목 테이블에 앉아 통창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고급 호텔이 부럽지 않다.

원래 양문창이었던 창을 통창으로 바꾼 이유도 이 풍경을 가리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처음 이 풍경을 보고 이사를 결심했다는 그의 말이 이해될 만큼 공간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열심히 살아온 과거에 대한 보상처럼 다가온 현재의 공간은 신재 씨에게 깊은 의미를 갖는다. 한 방에서 다섯 식구가 생활했던 어린 시절부터,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며 바꿔낸 누군가의 공간들, 한때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지냈던 공간까지 그의 삶에는 많은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공간에서도 공간이 주는 행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공간에서 공간이 주는 행복을 알게 됐다.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빌린 집

경기도 파주에서는 김영준 건축가가 지은 또 다른 집이 소개된다. 김영준 건축가는 박찬욱 감독 집으로 알려진 ‘자하재’를 설계한 인물이다.

유명 갤러리인지 집인지 알 수 없는 이 공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방문해 사인을 남기고 갔다. 이 개성 있는 집을 빌려 꾸민 세입자는 축구 다큐멘터리 감독 조승훈 씨와 일러스트레이터 노여진 씨 부부다.

월세로 살며 꾸민 신혼집이 팔리면서 부부는 쫓기듯 다시 살 공간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공간을 자기 색대로 고쳐 살 세입자를 찾는 집을 발견했다.

원래 사주카페였던 이 집의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부부에게는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뜯어내고 고칠 것이 많을수록 부부의 취향을 담을 공간도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빨간 타일과 검은 계단

부부는 오래된 마룻바닥을 강렬한 빨간색 타일로 교체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검은색을 칠했다. 그렇게 1층은 부부의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1층 중앙의 검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부부가 주로 생활하는 2층 거주 공간이 나온다. 거실은 부부가 오래전부터 모은 가구와 소품들로 채워졌다.

거실의 새빨간 벨벳 커튼은 지인이 참여한 행사 후 남은 폐기물을 가져와 재활용한 것이다. 창고에 묵혀 있던 탁자는 유성 페인트를 칠해 거실 탁자로 다시 태어났다.

부부는 버려진 가구도 자기 색을 입히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도 그렇게 자기 색을 입힐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부부의 공간 곳곳에 반영됐다.

부부의 취향이 쌓인 공간

부부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신혼집의 노란색 벽과 같은 색으로 침실을 꾸몄다. 침실 건너편에는 여진 씨의 작업 공간이 자리한다.

100평 집에서 왜 5평밖에 쓰지 않느냐는 승훈 씨의 말처럼, 이 공간은 작업과 도예, 휴식까지 모두 가능한 여진 씨만의 공간이다. 부부는 과거 은세공자가 작업대로 쓰던 책상을 중고 마켓에서 7만 원에 구매해 벽 한쪽을 꾸미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축구에 빠져 축구 펍을 차릴 정도로 축구를 사랑한 승훈 씨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있다. 1층 작은 방은 그가 모아온 각종 축구 관련 물품으로 채워진 축구 전시 공간이다.

이 방에서는 승훈 씨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2007년 내한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우연히 승훈 씨의 목걸이를 보고 건넨 말 “Good neck”은 그의 활동명이 됐다.

두 집의 선택은 소유보다 사용, 완성보다 고쳐 사는 시간을 앞세운다. 빌린 집을 자기 삶의 무대로 바꾼 사람들의 공간은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까?

암반 품은 빨간 벽돌집과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파주의 빌린 집은 6월 9일 화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 공개된다.

출처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