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그록 5와 맞붙을 리그 오브 레전드 전설 페이커 이상혁과 알파고를 상대했던 이세돌 9단이 한자리에 모인다.

4월 8일 방송될 MBC ‘손석희의 질문들4’ 8회에서는 게임과 바둑을 대표하는 두 천재가 인공지능의 발전을 두고 심도 있는 대담을 펼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측은 ‘페이커’ 측에 ‘그록 5’와 대결하자고 공개 도전했고, ‘페이커’는 이에 대해 “우리는 준비됐다. 너희는?”(We are ready, R U?)이라고 화답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실제로 이들의 대결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벌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페이커’ 이상혁이 허세와는 거리가 먼 치밀하고 냉정한 프로게이머의 살아있는 신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대답은 일론 머스크 쪽이 할 차례다.

<질문들>에서 이상혁은 “게임은 3D로 구현되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아마 ‘그록5’도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면서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이고 나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0년 전 ‘알파고’와 대결해 당초 예상과 달리 4대 1로 패했던 이세돌 9단은 “아마 ‘그록5’에게 일정 부분 조건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상혁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바둑과 게임은 완전히 다르니까 승산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응원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2021년까지 개인적으로 AI와 다시 대결했었다. 그런데 두 수 접고는 내가 이겼지만, 맞대결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바둑을 두지 않았다.”고 말하고, “2016년에 한판을 겨우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한 번의 꼼수를 둠으로써 가능했다.”고 실토하기도.

이상혁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직관력’은 AI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며 ‘그록5’와의 대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AI에게 이상혁과의 대결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대부분 바로 ‘직관력’에 대한 질문을 내놓기도. ‘페이커’ 이상혁과 ‘그록5’의 대결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뇌 싸움의 대표 격인 바둑과 LoL이 모두 AI의 도전을 받았거나 받고 있고, 그 상대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이세돌은 12세에 입단해 무려 14번 세계를 제패했고, 3단부터 9단까지는 불과 5개월 만에 승급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상혁은 ‘페이커’란 닉네임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최연소, 최고령, 최다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신화다. 그를 위한 ‘헌정 전시관’까지 있어서 팬들이 이른바 ‘기습 숭배’ 의식을 치렀을 정도. 두 사람의 동반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하다. 더구나 공통의 주제가 AI이니 할 말도 많고, 들을 말도 많은 시간이 될 법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 기업 xAI의 차세대 모델인 그록 5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패턴을 익히던 알파고와 달리 인간의 언어와 심리까지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제한된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데 특화되었다면, 그록 5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난무하는 3D 팀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환경에서 인간의 직관과 호흡을 상대해야 하기에 그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자의 영역에서 정점에 오른 두 전설이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화두 앞에서 어떤 통찰을 나눌지 주목된다. 인류의 한계를 시험하는 새로운 대결의 서막이 다가올 전망이다.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