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백수 가족의 세계 일주

‘인간극장’ 백수 가족의 세계 일주

1월 5일부터 9일까지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273회~6277회에서는 ‘백수 가족의 세계 일주’ 편이 방송된다.

자기 몸집만 한 배낭을 앞뒤로 메고, 매일 낯선 나라의 골목길을 걷는 가족이 있다. 성진영(64), 김재연(62) 씨 부부와 큰딸 성지아(36), 작은딸 성정아(33) 씨, 그리고 큰사위 김중원(36) 씨와 작은사위 김민혁(35) 씨까지 여섯 식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월, 1년을 목표로 세계여행을 떠난 가족은 프랑스, 스페인, 아프리카 등 13개국을 거쳐 지금은 조지아를 여행 중이다. 호화로운 관광은커녕, 여행길인지 고생길인지 모를 만큼 험난한 여정이지만 여섯 식구는 이 여행을 위해 한마음으로 사표를 던지고 길을 나섰다.

이 엄청난 여행을 이끈 건 큰딸 지아 씨다. 1년 간의 여행 일정과 돈 관리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다. 스스로를 ‘관광객’이 아니라 ‘여행자’라고 말하는 가족. 누군가는 ‘팔자 좋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들이 길을 나선 데에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큰 ‘사건’들이 있었다. 큰딸 지아 씨의 혈액암 투병에 이어, 어머니 재연 씨의 갑상선암 수술.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인생 앞에서, 가족은 “건강할 때 더 행복해지자”고 다짐했고 그렇게 여섯 식구의 세계 여행이 시작되었다.

한 마음으로 뭉친 가족이지만, 처음부터 잘 맞았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몰랐던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다투고, 적응하고, 맞춰온 6개월의 시간. 때론 비어가는 통장 잔고 걱정에 감자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비 맞으며 텐트에서 밤을 보내야 했던 날도 있었지만,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다. ‘행복한 가족’이라서 함께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 매 순간 부단히 노력 중이라는 가족. 백수 패밀리의 파란만장한 세계 일주를 따라가 본다.

한국에서는 직업도 참 다양했던 여섯 식구, 그만큼 여행에서 맡은 역할도 제각각이다. 평생 철도 공무원으로 일

해온 아버지 성진영(64) 씨는 늘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한복을 지어온 어머니 김재연(62) 씨와 패션디자이너였던 작은딸 성정아(33) 씨는 이제 식구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요리 담당이다. 건축가였던 큰딸 성지아(36) 씨는 늘 여행의 큰 그림과 동선을 짜는 역할을 맡고 스페인어를 전공해 물류회사에서 일했던 큰사위 김중원(36) 씨는 능숙한 외국어로 통역을 책임지고 있다. 웹툰 작가였던 작은사위 김민혁(35) 씨는 언제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다. 그렇게 여섯 식구가 모이면 못 해낼 것이 없는 천하무적이 된다.

조지아의 바투미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기로 한 날, 일사천리로 텐트 세 동을 치고 부부끼리 나뉘어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밤중에 갑자기 폭풍우가 치더니 하나둘씩 텐트 밖으로 나오는 가족들. 그런데 부모님이 나오질 않아 긴장감을 높인다. 한편 언제나 일심동체가 되어 다니는 여섯 식구지만, 웬일로 동선을 벗어나는 지아 씨와 중원 씨 부부는 함께 낯선 동네의 길거리를 거닐며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우연히 김밥집을 발견하고 신기해하며 자리를 잡는 두 사람은 서로 참치김밥을 먹여주며 그동안 가족들 앞이라 숨겨왔던 애정 표현도 나눈다.

결혼 3년 차 신혼부부인 두 사람의 인연은 13년 전 산티아고에서 시작되었다. 어머니 재연 씨, 동생 정아 씨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지아 씨. 세 모녀는 길 위에서 스페인어와 영어를 아주 잘하고, 유난히 다정한 한국 청년을 만났다. 한 달간 함께 순례길을 걸으며 세 모녀에게 큰 힘이 되어준 청년. 그리고 9년 뒤, 그 청년은 지아 씨의 남편이자 이 집안의 맏사위가 됐다. 중원 씨와 결혼을 준비하던 2018년, 지아 씨는 혈액암 선고를 받았지만 암 선고는 결혼 결정에 조금의 걸림돌도 되지 않았단다. 지아 씨가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중원 씨. 두 사람은 함께 800km 순례길을 걸었던 것처럼 평생 손잡고 인생의 길을 같이 걷기로 했다.

조지아를 떠나 열다섯 번째 나라인 알바니아로 이동하는 날, 가족들은 아침부터 분주히 짐을 싼다. 여행 내내 수없이 숙소를 옮겨 다닌 덕에 이제 짐 싸는 솜씨만큼은 모두 베테랑인데 그중 유난히 오래 걸리는 사람이 있다. 가족 중 짐이 가장 많은 아버지 진영 씨다. 배낭을 열어 보니 온갖 호텔에서 받은 일회용 세면도구와 식당에서 챙긴 휴지와 물티슈,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커피와 설탕까지 한가득이다. 버리라는 가족들의 성화에도 진영 씨의 고집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여행 내내 가장 ‘말썽꾸러기’라는 진영 씨. 캠프파이어가 금지된 캠핑장에서 갑자기 불을 피우고, 지나가는 뱀에게 돌을 던지는 등 돌발행동으로 종종 가족들을 난감하게 한다는데 ‘늘 다정하고 헌신적이던 아빠가 이렇게 고집이 센 사람이었나?’ 두 딸은 처음엔 많이 놀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모든 돌발행동의 중심엔 늘 ‘가족’이 있다는 것을. 추위에 약한 아내를 위해 캠핑장에서 불을 피우고, 뱀을 무서워하는 딸들을 위해 돌을 던졌던 진영 씨. 두 딸은 낯선 땅에서 비로소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아버지의 지난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KBS1 ‘인간극장’ 6273회~6277회 ‘백수 가족의 세계 일주’ 편은 1월 5일부터 9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