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신축 아파트가 1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미분양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지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3월 13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 1447회에서는 최악의 미분양 사태를 맞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씁쓸한 현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수도권 쏠림 현상과 고금리 여파로 인해 무너져 내린 지방 건설업계의 현주소와 입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 6만 6천 호의 경고, 팔리지 않는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 6천여 호. 이 중 2만 9천여 호가 준공 후에도 입주자를 찾지 못한 이른바 ‘악성 미분양’ 가구다. 약 86%가 지방에 있다.
취재진은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를 찾았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 신축 아파트는 입주를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대부분 세대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또 다른 아파트 단지는 ‘1억 이상 할인 분양’ 카드를 내걸고 분양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호황 분위기를 타고 건설사들은 지방 곳곳에 건설 사업에 착수했다. 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늘었지만 지방 수요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비싼 분양가와 대출 제한 역시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 흔들리는 건설 현장과, 보호받지 못하는 계약자
지난 2025년 상반기 입주를 시작한 대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과 시행사는 미분양 세대 처리 방식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고심하던 시행사가 cr리츠에 미분양 물량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cr리츠’란 일종의 투자 회사로, 투자자 자금을 모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분양 또는 매각으로 수익을 올린다. 대출까지 받아 6억 5천만 원에 산 아파트를 cr리츠는 2억 초반대의 전세로 내놓겠다고 하니 분양자들은 ‘사실상의 할인 분양’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사와 건설사는 미분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라 말한다.
“할인 분양은 없을 것이라 이야기 한 시행사의 말을 믿고
분양 계약을 유지했는데, 일방적으로 cr리츠에 매각할 줄은 몰랐죠.
시행사를 찾아 수도권까지 가봤지만, 회사는 사라지고 없었어요.”
- 아파트 입주민 중 1 인터뷰
미분양 아파트를 이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선분양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파트 건설 사업은 PF라 불리는 대규모 대출을 일으켜 진행된다. 분양 수익으로 PF대출에 따른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며 사업을 완성하는 구조다. 그 때문에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 공사 현장 중단은 물론 금융권의 부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와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 건설사는 3,200여 곳으로 5년 전과 비교해 52%나 늘었다. 그리고 올해 더 많은 건설사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멈춰 선 크레인과 무너진 생계, 건설 현장의 비명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건설 현장의 노동자이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허상회 (76세) 씨는 50년 경력의 크레인(건설 장비) 기술자다. 건설사로부터 요청받으면 크레인을 운행하고 일당을 받는다. 2년 전부터 허 씨의 일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수입이 없어 적금을 줄이고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건설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경기도 이천의 한 공공지원민간임대 아파트 단지의 건설 노동자 29명은 공사 대금 지급 건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원청사 측에서 총 4억 원 대 규모의 장비 사용료를 체불 중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현장을 떠나온 노동자들은 건설경기 침체로 새로운 일감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한 달에 대여섯 번은 나가야 최소한의 생활 유지가 되는데,
50년을 장비 일하면서, 지금처럼 일이 없었던 적이 없어요.
저 뿐만 아니라 동료, 거래처의 상황은 전부 비슷해요.”
- 크레인 기술자 허상회 씨 인터뷰 중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다보니 빚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어요.
갚아야 할 돈만 1억 원 상당이에요.
불러주는 현장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일감 자체가 없어요.”
- 임금체불 피해자 중1 인터뷰 중

■ 근본적 해법은?
늘어나는 미분양 아파트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심 환매사업(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여 건설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이후 건설사가 다시 되사는 구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지방 악성 미분양 물량 매입, CR리츠 도입 및 세제 지원 등 다양한 미분양 아파트 해소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처방이 부동산 양극화와 미분양 물량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방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지역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꾀했지만, 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낮고 사람들은 이주 대신 출퇴근을 택했다. 행정도시의 이전은 실질적인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행정도시로 이전한 기업의 수도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 지방의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의 이전과 실질적인 정주요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10년 만에 부활한 기업구조조정(CR) 리츠는 지방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임대 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받았다. 하지만 실제 매입 실적은 1000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6억 원대 아파트를 2억 원대 전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기존 수분양자들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에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미분양 사태는 단순한 건설업계의 위기를 넘어 금융과 노동 시장 전반을 흔드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과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일지 3월 13일 금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 1447회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가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