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특집 다큐멘터리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국가인권위원회 제작지원)가 12월 27일 (토) 오후 2시 10분에 EBS 1TV에서 방송된다.
노인은 어디에서 나이 들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이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노인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노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이 들고 있는지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EBS 특집 다큐멘터리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국가인권위원회 제작지원)는 ‘익숙한 곳에서 나이 드는 권리’에 주목한다. 시설이나 요양원이 아니라, 평생 살아온 고향, 30년 넘게 장사한 골목, 40년 된 낡은 연립주택에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 ‘오히려 특별하지 않아서 더 좋다’고 말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익숙한 곳에서 평온하게 살아갈 권리…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를 말하다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충청남도 부여 송정마을의 그림책 작가 할머니들, 강원도 원주 구도심을 떠나지 않는 상인들, 서울 도봉구 공공임대 노인공동체주택 ‘해심당’의 주민들을 통해 노년의 독립적인 삶과 존엄을 조명한다.
노년의 건축가가 90세 노모를 위해 고민하는 주거 환경, 환경미화원 조한경 씨가 새벽 골목에서 마주한 도시의 불친절함, 그리고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를 고민하는 노인 인권 전문가의 목소리까지 담아,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는 나이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 지역사회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내가 살던 집과 마을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동우 팀장)
나이 드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익숙한 곳에서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임을 짚어갈 예정이다.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서의 노년
충청남도 부여 송정마을은 ‘그림책 마을’로 불린다. 평균 연령 85세인 이 마을에서는 조명자, 박송자, 이만복, 박상신 어르신 등 23명의 노인이 자신의 인생사를 담은 그림책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박송자 어르신은 “나는 신랑 얼굴도 못 보고 혼인했어. 그런데 50년이 흐르고 나니 달라졌어요. 이제는 무거운 거 있으면 꼭 자기가 들어. 우리는 참 잘 살았어”라고 말한다. 마을의 그림책찻집에서는 어르신들이 매일 당번을 정해 운영하며, 창가 자리에는 어제 본 얼굴을 오늘 또 마주하는 이웃들이 모인다. 김장날이면 네 남매가 도시에서 모여들고, 여든한 살 어머니는 배추 400포기를 맨손으로 담그며 “서울 가서 노인네 갇혀서 못 살아요. 이게 좋아서 마을을 못 떠난 거예요”라고 말한다.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일하고 나누고 즐기며 살아가는 독립적이고 존엄한 개인으로서의 노인들을 만난다.
강원도 원주 우산동 구도심도 찾아간다. 새벽 7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그는 하루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으며 골목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조한경 씨. 출근 시간과 등교 시간이 지나면, 거리는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속도로 바뀐다.
1974년 터미널이 들어서며 전성기를 맞았던 우산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옛날엔 옷이 여기 차고 다락방에도 가득 찼는데, 지금은 20만 원어치도 안 돼요. 하지만 나이 들면 편안한 게 좋지. 아는 사람 많으면 더 편안하고”라며 신도시로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이유를 전한다.
하지만 낙엽이 쌓인 채 방치돼 있고 화재 위험이 있어도 관리되지 않는 구도심의 골목들. 조한경 씨는 “어르신들은 거리에 친절하셨지만, 거리는 어르신들에게 조금도 친절하지 않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로 중심으로 정책이 이루어지고, 골목길 청소조차 어르신들에게 맡겨져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는 엘리베이터 없는 연립주택 2층에 사는 90세 어머니와, 이를 걱정하는 건축가 손웅익 씨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한테는 이 집이 최고예요. 68년 전 결혼사진이 있고, 이 집이 평생 집이죠”라고 말하며 30년 단골 병원과 40년 된 연립주택을 떠나지 못하는 손웅익 씨의 어머니. 노년의 삶이 새로운 편의보다, 자신의 속도와 몸이 기억하는 거리와 시장, 계단과 동선 위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해심당’은 65세 이상 무주택 어르신을 위한 공공임대 노인공동체주택이다.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이 공간을 통해 노인공동체주택이 갖춰야 할 조건을 살펴본다. 어르신들이 자치회를 꾸려 공동체를 운영하는 모습과 함께,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의 균형, 이웃 간의 적절한 거리와 교류, 지역사회와의 연결 등 노인공동체주택이 작동하기 위한 핵심 요소들이을 짚어본다.
“우리가 흔히 노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어떤 보호나 어떤 서비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나이가 들어도 내가 살아온 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바람을 존중하고 노년에 들어서도 자신의 삶을 자신 스스로 결정하고 꾸려나갈 수 있는 존엄한 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동우 팀장)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제작지원, 건축가 손웅익, 국가인권위원회 이동우 팀장 등 전문가들의 해설을 통해 고령 친화적 주거 환경과 노인 인권의 철학적 토대를 제시할 예정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의 노인 주거권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EBS 특집 다큐멘터리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12월 27일(토) 오후 2시 10분 EBS 1TV에서 방송되며, E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