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일에 방송된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463회에서는 ‘2026 국중박 분장놀이’ 본선에서 참가상을 품은 박서진-박효정 남매와 20년 만에 ‘G.C 해머’로 돌아와 ‘뮤직뱅크’ 무대를 완주한 지상렬의 도전이 나란히 펼쳐졌다. 결선 진출에는 닿지 못했지만 추억을 얻은 박남매와 노래 울렁증을 넘어 컴백 무대를 마친 G.C 해머가 각자의 방식으로 도전의 의미를 남겼다.
275개 지원팀을 뚫은 삼천포 남매 씨름단
이날 ‘2026 국중박 분장놀이’ 본선에 진출한 박서진-박효정 남매의 결선 도전기가 펼쳐졌다. 두 사람은 앞서 ‘삼천포 남매 씨름단’이라는 이름으로 단원 김홍도의 ‘씨름’을 재치 있게 해석한 작품을 출품했고, 전국에서 몰린 275개 지원팀 가운데 단 50팀만 이름을 올린 본선 진출작에 포함돼 가족들의 축하를 받았다.
두 사람이 ‘씨름’을 선택하기까지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박서진은 민화를 배우며 전통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넓혀왔고, 박효정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뒤 분장놀이 참가를 준비했다. 여러 유물을 분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바꾸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김홍도의 ‘씨름’ 속 인물들을 일인 다역으로 표현한 합성 영상을 만들어 출품했다.
박서진은 유물을 어렵게만 보는 대신 축제처럼 즐기고 싶다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고, 그 결과가 275개 지원팀 가운데 50팀에 드는 본선 진출로 이어졌다. 올해 전국 단위로 확대된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은 춘천·공주·대구·전주 권역 본선을 거쳐 결선 진출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박서진-박효정 남매는 전주 본선 무대에서 다음 관문을 노리게 됐다.
본선에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예심에서는 사진과 작품으로 평가받았지만 본선에서는 직접 무대에 올라 런웨이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했다. 박서진은 “예심과 달리 본선은 런웨이도 준비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할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며 가족들을 불러 아이디어 회의를 열었다.
아버지는 “‘씨름’ 하면 강호동이지”라고 제안했다. 박서진과 박효정은 여기서 강호동-박광덕의 씨름 선수 시절 우승 세리머니를 떠올렸고, 단순히 김홍도의 그림을 재현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몸을 쓰는 퍼포먼스를 결합하기로 했다. 두 남매는 실제로 씨름 자세를 맞춰보고 무대에서 한눈에 들어올 동작을 고민하며 본선을 준비했다.
본선 당일 부러진 씨름꾼 더미
본선이 열리는 전주로 이동한 뒤에도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늦은 밤까지 런웨이 동선과 세리머니를 맞췄다. 의상과 소품을 입은 상태에서 움직임을 반복하며 관객과 심사위원 앞에서 보여줄 장면을 하나씩 점검했다.
다음 날 아침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졌다. 박서진이 직접 만든 핵심 소품 ‘씨름꾼 더미’의 목 부분이 절반가량 동강난 상태로 발견된 것. 전날까지 멀쩡했던 소품이 망가져 있자 박서진은 ‘멘붕’에 빠졌고 가장 먼저 여동생 박효정을 의심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본선 접수 마감도 다가오고 있었다. 박서진은 망가진 더미를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고 판단해 바느질 키트를 구했고, 끊어진 목 부분을 직접 꿰매는 ‘봉합 수술’에 들어갔다. 박효정이 더미를 등에 업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목 부분이 더 손상되자 박서진은 다시 바늘과 실을 들고 소품을 살려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더미를 수습한 두 사람은 본선 접수 시간에 맞춰 대회장에 도착했다. 대기실에는 각자 문화유산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고, 쟁쟁한 모습들을 본 박서진은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반대로 박효정은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으로 오빠의 텐션을 끌어올렸다.
마침내 ‘삼천포 남매 씨름단’의 이름이 불렸다. 수많은 관객 앞 런웨이에 오른 박서진과 박효정은 준비한 ‘엿가락 퍼포먼스’를 펼쳤고, 텀블링과 람바다 세리머니까지 이어가며 무대를 채웠다. 김홍도의 ‘씨름’에서 출발한 분장에 남매 특유의 몸개그와 흥을 더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결선 대신 참가상, 300만 원어치 추억
강한 존재감을 남겼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박서진과 박효정은 결선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긴 시간 의상과 소품을 만들고 본선 런웨이까지 준비했던 만큼 실망할 수밖에 없었지만, 두 사람은 오래 주저앉지 않았다.
행사 운영 기준상 본선 무대에 오른 뒤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에도 참가상이 마련돼 있었다. 남매가 받아든 참가상은 단순히 순위 밖이라는 표시가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지원작 가운데 본선 무대까지 올라 실제 관객 앞에서 퍼포먼스를 완주한 결과였다. 직접 만든 의상과 씨름꾼 더미를 들고 전주까지 이동해 런웨이를 마쳤다는 점에서도 준비 과정 전체를 남기는 기념물이 됐다.
박효정이 결과 발표 뒤 아쉬움을 드러내자 박서진은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준비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동생을 달랬다. 결선 진출에 실패한 순간에도 결과를 탓하기보다 준비한 만큼의 경험을 가져가자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남매는 본선 참가상을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연결한 뒤에는 “1등보다 더 귀한 상!”이라며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부모님도 “고생했어”라며 준비 과정부터 본선 무대까지 달려온 두 사람을 다독였다.
박효정이 “내년에도 도전할 거냐?”라고 묻자 박서진은 “지금 쓴 돈이 얼만데”라고 받아쳐 웃음을 만들었다. 박효정은 “상금 300만 원은 못 받았지만 300만 원어치 추억을 들고 가는 것 같다”며 이번 도전을 정리했다. 결선과 상금은 놓쳤지만 본선을 준비하며 함께 보낸 시간 자체를 결과보다 크게 받아들인 셈이다.
박서진은 이번 참가가 단순히 상금을 노린 도전만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화를 배우면서 우리 전통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생겨서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며 “‘국중박 분장놀이’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한국의 유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홍도의 그림에서 시작한 남매의 도전은 참가상과 함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넓힌 경험으로 마무리됐다.
20년 만에 돌아온 G.C 해머
박남매가 참가상으로 한 도전을 마무리한 뒤에는 지상렬의 또 다른 도전이 이어졌다. 지상렬은 20년 만에 ‘G.C 해머’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마이티 마우스의 신곡 ‘소주밤’ 피처링에 참여한 그는 음악방송 ‘뮤직뱅크’ 생방송 무대까지 서게 되면서 오랜 시간 이어온 컴백 프로젝트의 가장 큰 관문을 맞았다.
지상렬의 이번 ‘뮤직뱅크’ 무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이벤트도 아니었다. 그는 2007년 얼굴 없는 래퍼 ‘G.C 해머’로 ‘클럽 아리랑’을 발표해 활동한 뒤 오랫동안 음악 활동과 거리를 뒀다. 올해 ‘살림남’에서 당시 캐릭터와 의상을 다시 꺼내며 20년 만의 컴백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홍대 클럽에서 과거 곡을 틀어 젊은 세대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단계부터 다시 출발했다.
이후 지상렬은 ‘클럽 아리랑’ 제작에 얽힌 작곡가들을 찾아가 재도전을 알렸고, 마이티 마우스를 만나 랩 테스트와 협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예능 속 도전은 실제 음원으로 이어졌다. 마이티 마우스가 발표한 ‘소주밤’에 경리와 G.C 해머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지상렬의 컴백은 추억 속 캐릭터 재현을 넘어 정식 신곡 참여가 됐다.
음원과 뮤직비디오에 이어 ‘뮤직뱅크’ 생방송까지 잡히면서 이번 무대는 몇 달 동안 이어진 프로젝트의 마지막 관문에 가까웠다. 지상렬은 이번 컴백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살린 랩 가사에도 참여했다. 20년 동안 노래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공백이 길었지만, 정식 피처링 참여가 확정된 뒤에는 음악방송 무대까지 준비하며 다시 래퍼의 시간을 쌓았다.
지상렬은 마이티 마우스 추플렉스와 쇼리, 경리와 함께 ‘뮤직뱅크’ 출근길에 나섰다. 오랜만에 가수로 방송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팬들의 환영을 받은 그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대기실에 들어선 뒤에는 20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음악방송 문화를 하나씩 배워야 했다.
달라진 음방 문화와 소주밤 챌린지
추플렉스와 쇼리가 생방송 전 쉬는 시간에 챌린지를 찍어야 한다고 하자 지상렬은 “방송에 집중해야지, 이 사람들아!”라고 버럭 했다. 음악방송에 왔으면 무대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가수들이 대기시간마다 서로의 안무 챌린지를 촬영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는 곧바로 새로운 방식에 적응했다.
지상렬은 ‘소주밤 챌린지’ 안무를 직접 배우기 시작했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함께 찍을 가수까지 찾아나섰다. 솔로 가수로 컴백한 샤이니 민호를 직접 찾아가 챌린지 참여를 부탁했고, 민호는 “지금 (챌린지 안무) 배워서 하면 되죠~”라며 흔쾌히 응했다. 챌린지를 마친 마이티 마우스는 “이제 우린 민호와 피를 나눈 형제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쌍란 대박 징조 뒤 찾아온 노래 울렁증
대기실에는 지상렬의 친형 부부도 깜짝 방문했다. 형수는 함께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한가득 준비해왔고, “(지상렬이) 적은 나이가 아닌데, 이렇게 큰 무대에 선다는 게 뿌듯하면서도 걱정이 됐다”고 지상렬의 도전을 바라보는 마음을 털어놨다.
잠시 뒤 영탁이 대기실을 찾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지상렬의 형수는 영탁을 보자마자 ‘찐팬 모드’로 바뀌었고, 영탁은 형수가 건넨 삶은 달걀을 먹었다. 그런데 달걀에서 노른자가 두 개 든 쌍란이 나오자 영탁은 “대박 징조!”라며 ‘소주밤’의 성공을 기원했다.
좋은 기운을 받고 최종 리허설에 나선 지상렬에게는 뜻밖의 변수가 있었다. 그는 “사실 제가 ‘노래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했고 실제 리허설에서 자신의 가사를 틀렸다. 20년 만의 음악방송 컴백이라는 부담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지상렬은 실수 뒤 대기실로 돌아와 자신의 파트를 전지에 크게 써놓고 다시 연습했다. 가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반복하면서 생방송 전 남은 시간 동안 같은 부분을 계속 되뇌었다. 챌린지와 출근길에서는 유쾌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무대를 앞두고는 한 소절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뮤직뱅크가 G.C 해머의 보물섬
몇 달 동안 이어진 프로젝트가 실제 생방송 한 번으로 평가받는 순간이었던 만큼 지상렬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예능 미션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고, 그래서 작은 가사 실수 하나에도 긴장감이 크게 올라갔다.
드디어 생방송이 시작됐다. 리허설 실수 때문에 긴장했던 것과 달리 지상렬은 무대에 올라 그동안 준비한 것을 끝까지 쏟아냈고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소주밤’ 무대를 마쳤다. 20년 만의 컴백 프로젝트가 실제 생방송 무대까지 이어진 순간이었다.
무대를 지켜본 민호는 박수로 응원을 보냈고, 영탁은 무대에서 내려온 지상렬에게 “형님! 오늘 무대 찢었다”며 극찬했다. 리허설에서 가사를 틀려 전지까지 펼쳐놓고 반복 연습했던 긴장감은 본무대를 끝낸 뒤에야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형수도 “57세 최고령으로, 아들-손주 같은 가수들과 무대에 선 게 대단하다. 최고다! 이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오랜 공백 뒤 젊은 가수들과 같은 음악방송 무대에 선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의미였다.
지상렬은 무대를 마친 뒤 “중년이 되고 나서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는 보물섬이 있을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가슴에) 담고만 있지 말고 도전하면 좋겠다. G.C 해머에게는 ‘뮤직뱅크’가 보물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생했다. G.C 해머…”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며 길었던 컴백 도전을 마무리했다.
박서진-박효정 남매는 결선 대신 참가상을 품고 “300만 원어치 추억”을 남겼고, 지상렬은 노래 울렁증을 넘어 20년 만의 G.C 해머 컴백 무대를 완주했다. 결과보다 도전 자체를 끝까지 가져간 두 이야기가 함께 놓인 만큼, 이번 참가상과 컴백이 각자 다음 도전을 시작하게 만든 가장 값진 축하가 아니었을까?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