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사건 발생 20년 만에 특정됐다.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은 DNA 분석 기술의 발달과 끈질긴 수사 끝에, 당시 범행 현장 인근 건물의 관리인으로 일했던 장 씨가 진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10년 전 사망한 장 씨가 남긴 흔적과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2005년 사건의 전모가 이번 방송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다.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68회에서는 ‘B2, 괴물을 보았다 – 2005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전말’ 편을 통해, 20년 만에 정체가 드러난 범인 장 씨와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행들을 추적한다.
지난 2005년 6월 7일, 서울 신정동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서 쌀 포대에 담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비극은 시작됐다. 피해자는 20대 여성 권 양으로, 발견 당시 경부 압박으로 인한 질식사 소견과 함께 쌀 포대를 뒤집어쓴 채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유기된 상태였다. 현충일이었던 전날 외출했다가 사라진 그녀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성범죄가 강력하게 의심되는 정황이었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범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2005년 11월 21일, 첫 번째 사건 현장과 멀지 않은 신정동의 한 주택가 주차장에서 또다시 참혹한 시신이 발견됐다. 이번에는 돗자리와 대형 비닐봉지로 시신을 겹겹이 포장한 형태였다. 피해자는 40대 가정주부 이 씨로, 일요일 저녁 집으로 귀가하던 중 CCTV에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후 실종된 상태였다. 두 사건 모두 목이 졸려 살해되었고 시신을 정교하게 포장해 유기했다는 점에서 동일범의 연쇄살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범인이 남긴 단서가 극히 적어 사건은 20년 동안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의 실마리는 2020년, 피해자들의 유류품에 대한 DNA 재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과거 기술로는 찾아내지 못했던 미세한 증거에서 두 사건의 피해자 물품에 묻은 DNA가 동일인의 것임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청 광역수사단 김장수 형사는 “수사 대상자 23만 1,897명 중 생존자 1,514명을 일일이 대조하는 데만 4년 이상이 걸렸다”며 당시의 치열했던 수사 과정을 전했다.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진 DNA의 주인은 당시 신정동의 Y빌딩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60대 남성 장 씨였다. 그는 사건 현장 지리에 밝았으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범행을 저지르고 시신을 유기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 씨는 이미 2015년경 지병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제작진은 그가 어떻게 두 명의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사망을 피해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올 수 있었는지 그의 행적을 추적한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는 장 씨가 사망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증언해 줄 결정적인 제보자가 등장한다. 2006년 2월, 장 씨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최은진(가명) 씨다. 그녀는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저를 붙잡고 지하실로 끌고 가려 했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배꼽 부위를 칼에 찔려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다”며 그날의 공포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장 씨의 아지트, 그 지하실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맞춰줄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장 씨가 은신처로 삼았던 지하 공간 B2의 비밀과 그가 저지른 또 다른 범죄는 없었는지, 20년 만에 드러난 연쇄살인범의 실체를 파헤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68회는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 : SBS